최근 국내외에서 대체의학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ADHD와 틱장애 등 소아정신과 질환의 치료분야에서도 대체의학이 맡는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심리학, 전통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까지 대체의학의 치료법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작 ADHD나 틱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지 결정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광고비 때문에 매우 비싼 대체의학 치료법 때문에 빚을 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좋은 대답은 슈바이처 박사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의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슈바이처 박사는 중앙아프리카 서부 지역의 랑바레네에 ‘슈바이처 병원’을 세웠다. 그 후 1952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고, 진료에 바빠 수상을 미룬 일이 더 큰 화제가 되었다.
노먼 커즌스라는 유명한 노기자가 그를 인터뷰하러 찾아와서 던진 말이 “ 이 지역 사람들은 슈바이처 선생의 병원에 올 수 있으니 주술사의 미신 같은 것에 기대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에요” 그 말을 듣고 슈바이처 박사는 마을의 나이 많은 주술사에게 데려갔다. 주술사는 환자를 세 부류로 나눠 각각 갈색 종이봉지에 약초를 담아 복용법을 알려주거나, 큰 소리로 주문을 외웠고, 슈바이처 박사에게 보냈다.
약초를 받은 부류는 생활습관에 의한 질병에 걸렸거나 현대의학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부류였고, 주문을 외운 환자 부류는 신경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로서 아프리카 식 카타르시스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마지막으로 감염병이나 외과질환 등의 병을 가진 이들은 병원으로 보내 현대의학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일담에서는 가봉에서 슈바이처의 현대의학과 주술사의 전통 의술이 각각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슈바이처조차도 주술사가 주는 플라세보 효과라든가 심리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할 정도였다. 슈바이처는 주술사의 치료가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까 무조건 없어져야 할 것으로 적대시하지 않았고, 주술사들은 슈바이처가 주는 약은 화학제품이니까 몸에 해롭다면서 현대의학을 믿지 못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국내 의학계에서도 이와 같은 행보가 이어져야 현대의학과 대체의학의 공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의학을 공부한 의사들은 주술사의 치료를 적대시하기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해주어야 하고, 주술사들은 현대의학에 대해 근거 없는 부정적인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보다 정확한 치료 효과를 알려주어야 한다.
현대의학은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있는 약물을 처방하는 순기능을 담당한다. 또 대체의학은 아픈 아이의 부모들이 원하는 영양제나 음식조절 등, 세심한 부분을 꼼꼼히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둘의 관계가 행복한 공존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직접 질환을 겪고 있는 아이와 부모들이 마음 편한 치료를 받아야 소아정신과 분야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날이 하루라도 더 앞당겨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