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장점이요? 제가 아역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분들께서 오랫동안 봐 오셨잖아요. 거기서 오는 친근함도 있는 것 같은데, 사실 그보다 더 큰 장점은 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이를 통해 사람의 기분이 좋게끔 한다는 것 같아요.”
‘10년차 아역배우’가 아닌 이제 막 ‘3년차 성인배우’가 된 남지현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것이 주어지더라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다는 것이다. 또래 보다 앳된 목소리로 인해 어쩌면 연애감성을 전달해주는 로맨스 연기가 어색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주 잠시 뿐, MBC 드라마 ‘쇼핑왕 루이’ 속 순수한 산골소녀 고복실에서, ‘수상한 파트너’ 속 우여곡절 많은 변호사 은봉희이 되기까지, 남지현은 과함도 덜함도 없이 자신만의 영역을 천천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쇼핑왕 루이’에서 복실이가 소녀와 여자 사이에 놓여 있었다면 ‘수상한 파트너’ 속 은봉희는 완전한 여자였어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느끼셨다면 다행이에요. 제가 목표로 하는 것 중 하나가 이전에 익숙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더하는 것이거든요. 매 작품 할 때마다 과제이기도 하고 이뤄내고 싶은 목표이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전과 비슷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그렇게 느껴주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죠.”
SBS 수목드라마 ‘수상한 파트너’에서 남지현은 어린 시절 태권도 유소년 대표였지만 억울한 누명으로 선수 자격이 박탈되고 고등학교까지 중퇴하게 됐지만, 오로지 독기와 깡으로 공부를 시작해 사법고시 패스까지 이뤄낸 은봉희를 연기했다. 극중 은봉희는 검사가 된 이후 전 남자친구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 이후 선배검사인 노지욱(지창욱 분)과 운명적으로 얽히면서 스릴러와 로맨스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은봉희를 연기하기 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하더라도 시청자 분들이 불편하시면 소용없는 거니까요. 감사하게도 창욱 오빠와 함께 저를 잘 사랑해 주시고, 저라는 배우를 받아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웃음)”
시청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남지현에게 ‘수상한 파트너’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얼마를 주고 싶으냐고 물어보았다. 잠시 동안 진지한 고민에 빠진 남지현은 “점수를 매기기 애매하고, 어떻게 연기를 해도 만족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은봉희를 해낸 저에게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부족한 점도 많고, 스스로 봤을 때는 아쉬운 점도 남아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처음에 이 작품을 시작할 때 세웠던 목표는 무엇이었고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정리해 봐요. 앞서 말한 것처럼 저는 ‘수상한 파트너’를 통해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모든 것이 끝나고 따져봤을 때, 적어도 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의도와는 크게 벗어난 것 같지 않아서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 싶어요. (웃음)”
‘수상한 파트너’를 연기하는 남지현에게 있어서 가장 달라진 점은 스타일링이었다. 고무줄로 질끈 묶었던 머리를 풀고, 전보다 차분해진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성숙한 여성미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 같은 스타일에 대해 남지현은 “연기에 있어서 복장으로 캐릭터의 이미지를 대면하는 경우가 많아서 옷이나 헤어메이크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봉희는 직업이 변호사잖아요. 그래서 입어야 하는 반정장 스타일로 입어야 하는 것이 있었어요.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무언의 약속이라고나 할까요. 이전 캐릭터였으면 입을 일이 없었던 스타일이었는데, 그런 이유로 은봉희라는 캐릭터에 끌렸던 것도 있어요. 여성미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저 이번이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도시여자였어요. 하하. ‘가족끼리 왜이래’에서도 ‘쇼핑왕 루이’에도 시골에서 상경한 소녀였거든요. 첫 도시여성인 만큼 액세서리나 메이크업, 머리, 옷 다 신경 썼죠.(웃음)”
여러 방면에서 열심히 준비한 남지현이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과 더불어, 연기를 하는데 있어 어려운 지점 또한 분명하게 존재했다. 남지현은 어려웠던 순간으로 은봉희라는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을 아쉬운 점으로는 연기를 더 즐기지 못했던 것을 꼽았다.
“어려운 순간은 ‘수상한 파트너’ 초반쯤이었을 거예요, 아마. 아 내가 잘 해내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방송이 됐을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에 변한 제 모습이 과연 잘 나올 수 있을까 싶기도 했죠. 그래서 조금 침체 돼 있다가 방송이 나가고 솔직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은봉희를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은봉희는 완전한 성인이고, 그에 걸맞은 성숙한 로맨스가 있었는데, 처음 보여드리는 것이니 저 스스로 많이 조심스러웠어요. 마음의 짐이 무거웠죠. 그래서 전작보다, 초반에 즐기지 못했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했어도 됐을 걸이라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드네요.”
그래도 남지현은 뒤로 갈수록 물이 오른 팀워크 덕분에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후반부로 갈수록 창욱이 오빠와 현장 스태프과의 합이 좋아서 잘 만들어 나간 것 같아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