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알리바바, 쿠팡에 1조+α 베팅하나

'알리페이 통한 투자설' 모락모락

현실화땐 국내 e커머스 시장 대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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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2년간 누적 적자만 1조원가량을 기록한 쿠팡에 구원투수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e커머스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의 예상 투자금액은 1조원 이상이다. 알리바바의 투자가 현실화될 경우 계속된 적자로 위기에 빠진 쿠팡이 날개를 다는 것은 물론 ‘소프트뱅크-알리바바-쿠팡’으로 이어지는 ‘한중일’ 삼각편대가 국내 유통 업계 지형을 완전히 뒤집어놓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e커머스 업계 고위관계자는 “알리바바의 쿠팡 투자설이 요즘 업계의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고 상당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투자가 현실화되면 국내 e커머스 시장에 큰 여파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적자 누적 쿠팡에 날개 달아

‘소프트뱅크-알리바바-쿠팡’

한중일 삼각편대로 국내 공략



◇수면 위로 부상하는 알리바바 쿠팡 투자=1일 유통 업계와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계열사인 알리페이를 통해 쿠팡에 ‘1조+α’의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김범석 쿠팡 대표는 잇따른 적자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자 미국 등에서의 투자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쿠팡은 매출이 늘고 있지만 물류 투자 등으로 2년간 영업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투자 유치 주관은 골드만삭스가 맡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알리바바의 쿠팡 투자는 점점 사실로 굳혀지는 분위기이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쿠팡 재무 담당 임원으로 몸담았다가 올 2월 알리페이코리아 대표로 취임한 정형권 대표와 그의 형 정형진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정형진 대표는 2015년에도 소프트뱅크의 10억 달러(1조1,000억원) 쿠팡 투자 딜을 자문해 400억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카카오페이에 2억달러(2,200억원)를 투자할 때도 골드만삭스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6월부터 e커머스 업계에서 알리바바가 쿠팡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보다 더 큰 액수를 투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최근 들어서는 투자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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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투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매각설 나도는 ‘11번가’에도

‘실탄 1조 준비해 인수’ 소문



◇‘한중일’ 삼각편대 형성되나=업계에서는 현재 쿠팡과 알리바바를 둘러싼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알리바바의 대규모 투자가 실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손 회장 입장에서 자신이 투자했다가 위기에 빠진 쿠팡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알리바바만한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알리바바 지분 28%를 보유한 대주주다. 또 2015년 6월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의 모기업(지분 100%) 쿠팡엘엘씨의 20%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로 추정된다. 알리바바의 투자가 현실화되면 손 회장을 중심으로 ‘소프트뱅크-알리바바-쿠팡’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리바바가 근래 미국 아마존을 꺾기 위해 아시아 지역 유망 벤처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쿠팡 투자 유치설에 힘을 실어준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4월 동남아시아 온라인 쇼핑몰 ‘라자다’ 지분 51%를 10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6월에는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지분율을 83%로 늘렸다. 또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동남아판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에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최근 결정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19일에는 알리바바가 물류자회사인 차이니아오의 한국 공식 파트너 ICB를 통해 인천 오류동에 연면적 3만5,392㎡, 5층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를 준공하고 국내에 본격 발을 들였다. 이미 온라인 유통 서비스가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 시장에 직접 진입하기가 여의치 않자 쿠팡 투자를 통해 우회 진입을 노리는 게 아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알리바바의 투자액수가 2조원가량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조원은 쿠팡에 사용하고 나머지 1조원은 최근 매각설이 도는 SK플래닛의 11번가 인수전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현재 SK플래닛은 롯데·신세계 등과 투자 유치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11번가의 몸값이 3조원에 달해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11번가의 경우 기업가치가 3조원이라 지분 매입으로 대주주가 되려면 최소 1조~1조5,000억원이 필요한데 롯데·신세계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안다”며 “(재계에서는) 오히려 국내 기업보다는 아마존·알리바바 등 거대 해외 기업의 투자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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