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바닥을 모시는 자들

이장근 作

0515A38 시로여는




머리에 밥 쟁반을 이고 가는 여자


손으로 잡지도 않았는데

삼층으로 쌓은 쟁반이

머리에 붙은 것 같다

목은 떨어져도

쟁반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균형이 아닌 결합이 되어 버린 여자

하늘 아래 머리 조아릴 바닥이 있다면

바로 저 여자의 머리

머리를 바닥으로 만든 머리

바닥에 내려놓고 파는 물건이

대부분인 시장통을

그녀가 간다

채소 가게 앞에 다다르자

주인 내외가 다가와

쟁반 하나를 내려 놓는다

바닥을 모시는 자들의 단합이랄까

그녀의 바닥에서 그들의 바닥으로

따끈한 밥 쟁반이 옮겨 간다


보통사람들은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리지만, 목수는 바닥부터 그린다고 한다. 주추를 놓고, 기둥을 세우고, 서까래를 놓는 그들은 하늘이 집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땅이 실어주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높은 것들은 낮은 데서 시작한 것이다. 삼층 쟁반탑을 이고 붐비는 시장통을 자재로이 통과하기까지 여자의 발바닥은 얼마나 많은 바닥을 디뎠을까. 바닥이 없으면 하늘이 없고, 바닥을 잊으면 바닥에 넘어진다. 그러나 바닥은 언제라도 제게 넘어진 자가 되짚고 일어서도록 어깨를 내어준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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