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하우스 오브 카드' 백악관

트럼프, 켈리 요청에 '무질서 원흉' 스캐러무치 11일만에 해임…복마전이 된 백악관 자인

켈리, 내각 관료들과 화합 의문에

충동적 트럼프와 엇박자 불안감도




“백악관에 혼돈은 없다!(No WH chao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침과는 달리 미국 정치의 심장부인 백악관이 복마전 양상을 띠며 전대미문의 혼란에 빠졌다. 입성하자마자 직속상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백악관의 무질서를 보여준 앤서니 스캐러무치 공보국장이 임명 11일 만에 전격 해임되면서 백악관은 내부 혼란상을 고스란히 자인한 셈이 됐다. 스캐러무치 국장의 해임은 그가 밀어낸 라인스 프리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후임인 4성 장군 출신 존 켈리 실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군 출신 비서실장이 백악관의 무너진 질서를 다잡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벌써부터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통령과 새 비서실장 간 엇박자가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일고 있다. 불안의 진원지는 역시 대통령이다.

0215A14 트럼프





뉴욕타임스(NYT)는 7월31일(현지시간) 백악관의 혼돈을 가중시켜온 스캐러무치 국장이 전격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혼돈은 없다”고 트윗을 날린 지 얼마 안 돼 백악관도 스캐러무치의 해임 사실을 확인했다. NYT는 “군 출신인 켈리 실장이 취임 이후 백악관에 질서와 규율을 세우는 데 필요한 전권을 요청하면서 스캐러무치의 경질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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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백악관은 숨 가쁘리만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7월21일 월가 출신의 스캐러무치가 공보국장에 임명되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튿날 이에 반발해 백악관을 떠났다. 스파이서 대변인의 반대에도 백악관에 들어온 스캐러무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확인하자 이전부터 불화를 겪어온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백악관의 정보 유출자”라고 근거 없이 주장하는가 하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상관인 프리버스를 “망할(fucking) 편집성 조현병 환자”라고 비난하며 백악관 내 권력암투를 만천하에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점수를 잃은 프리버스 실장은 곧 경질됐다.

스캐러무치는 정적을 내쫓는 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부각된 백악관의 암투와 혼란은 결국 그의 무덤을 팠다. 프리버스의 후임인 켈리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한다고 떠벌리고 다닌 스캐러무치를 단숨에 끌어내린 것이다.

이로써 켈리 실장은 일단 자신의 위상과 함께 백악관의 기강을 세우고 어지럽게 전개돼온 권력다툼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신임을 받아온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거취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각료들을 100% 신뢰한다”고 밝히면서 내각의 혼란상도 수습국면에 들어갔다.

또한 미 언론들은 벌써 새로운 비서실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순항할지 여부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유출 차단 등 규율을 강화하기 위해 군 출신인 켈리를 발탁했지만 지난 6개월간 혼란을 부채질해온 백악관 내 측근 그룹이 쉽사리 켈리의 휘하에 모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WP는 켈리 실장의 최대 난제는 “성급한 충동이 일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WP는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에게 러시아 인사와의 회동에서 러시아 아동 입양 문제를 논의했다는 내용의 거짓 해명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주니어가 직접 공개한 이메일에서 이런 사실이 거짓으로 판명됐음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앞장 서 진실을 무시하고 주변인들을 법정공방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설화(舌禍)를 자처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존 E 맥로린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은 “켈리가 맞닥뜨릴 어려움은 트럼프가 그대로 트럼프일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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