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이 정유라씨 승마 지원이 자신의 책임이며 이재용 부회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과 최 전실장을 비롯한 삼성 전직 임원들의 속행 공판을 2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 전 실장은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결정하면서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공개한 2015년 8월 삼성그룹 내부 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정유라를 포함한 6명의 선수를 지원해달라’는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승인했다. 이에 최 전 실장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와의 관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계를 지원하라고 언급한 것이 정유라 때문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최씨 요구를 수용하도록 승인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승마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유라 지원’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최씨가 뒤에서 장난을 친 것 같은데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게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 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유라 지원이) 문제가 되면 ‘나는 벌써 40년 근무했으니까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최 전 실장은 정씨 지원을 결정할 당시에도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투명하게 선발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정씨를 꼭 끼워서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형평성 시비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최 전 실장은 “경영권 승계 문제가 왜 대통령과 관계되는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이 부회장은 이미 안팎에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합병 절차나 조건을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합병의) 플랜B는 없다’고 말했다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고, 면담에 배석했던 자신이 비슷한 취지로 말했을 수도 있다고 진술했다. 이어 오히려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 하자 이 부회장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임원진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