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 “정씨가 승마선수라는 것을 몰랐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몰랐다. 정윤회씨 이름은 알았지만 딸이 있고 그 딸에게 공주 승마 의혹이 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의 공개 법정증언은 지난 4월7일 첫 공판 이후 118일 만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4년 9월 독대했을 당시 ‘대한승마협회를 삼성이 맡아달라, 올림픽 준비를 해달라’고 한 것은 확실히 기억난다”면서도 그 의도는 몰랐다고 했다. “최씨가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정보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이 부회장은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내 소속은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미래전략실에는 한 번도 소속된 적이 없다”며 “(내 일의) 95%는 삼성전자와 계열사 업무였다”고 말했다. 미전실에서 주도한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날 앞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도 “정씨 지원이나 최씨의 영향력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증언했다.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은 이날 삼성물산 합병이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같은 현안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는 뜻의 증언도 내놓았다. 승계를 위한 삼성 현안 청탁과 정씨 승마 지원을 엮어 뇌물로 구성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한 간접 반박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안에 반대했을 때 합병을 제로(0) 베이스에서 재검토하자고 최 전 부회장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의 승계에 삼성물산 합병 같은 복잡한 현안이 전제되지는 않는다”며 “이 부회장은 내일이라도 추대 형식으로 삼성그룹 회장에 오를 수 있다”고 증언했다.
이날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끝내 증언을 거부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 재판은 피고인들과 증인 59명에 대한 심리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앞으로 두 차례 공방 기일에 변호인단과 주요 쟁점을 다툰 뒤 오는 7일 1심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 등 피고인들의 형량을 구형할 예정이다. /이종혁·노현섭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