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일자리 및 세입 기반 확충 등에 방점이 찍힌 ‘2017 세법 개정안’에 방향성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기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 법인세 인상 등이 기업 부담으로 이어지고 일자리 관련 세제 혜택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R&D 비용을 매년 늘리지 않는 기업에 대해 공제 혜택을 축소한 부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정부는 대기업의 일반 R&D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30%)는 유지하되, 당기분에 대해서는 현행 지출액의 1~3%인 세액공제를 0~2%로 줄이기로 했다. 쉽게 말하면 R&D 실적이 늘지 않아도 일률적으로 제공되던 기본공제율 1%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저성장 속에서 R&D에 나서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주름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만약에 1조원 대의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이었다면 공제 금액이 400억~500억원 정도일 텐데, 공제율이 현행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적어도 수백억 원의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차 개발 등으로 R&D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산업은 이런 우려가 높은 대표 업종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R&D 투자 규모는 4조원(34억달러)으로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25%, 일본 도요타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 역시 현대·기아차가 2.7%로 폭스바겐(6.3%)과 도요타(3.8%), 미국 GM(4.9%)에 못 미친다. 어려운 여건을 딛고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인데, 이번 개편안이 자칫 찬물을 끼얹을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연구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이는 완성차 업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이번 세법 개정안으로 국내 업체들의 미래 먹거리 투자가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이 일자리 확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되려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쪽으로 설계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가령 생산성 향상 시설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는 축소되고, 채용 1명당 세액공제는 연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발등의 불인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은 뒷전으로 내몬 양상”이라며 “어느 기업이 세액공제만을 염두에 두고 채용인원을 늘리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시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과표 구간 2,000억원 초과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3%포인트)도 도마에 올랐다. 일자리 확대에 역행한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이 기업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부추길 수 있다”며 “비즈니스 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해 놓고 공장을 지을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재계 단체의 논평도 신중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세제 개편안이 일자리, 혁신, 소득주도 성장 등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향후 폭 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방안들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필요재원과 세입부족 등 현실적 문제를 앞에 놓고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도 “국내 일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국 경제성장률 하향 전망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향후 국내투자와 일자리 창출, 글로벌 조세 경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논의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상훈·조민규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