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병들에게 과도한 사적 업무를 시켜 ‘노예병사’ 논란을 빚은 육군 제2작전사령부 박찬주 사령관(대장, 육사 37기)이 인사권을 남용해 일부 공관병들을 최전방으로 파견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박 사령관과 그 아내는 공관병의 팔에 전자팔찌를 채워 수시로 호출했고 화장실도 따로 쓰게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관병을 18세기 노예처럼 다뤘다”는 비난을 받았다.
군인권센터는 박 사령관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임하던 2015년 공관을 허락 없이 뛰쳐 나간 공관병에게 최전방 일반전초(GOP) 경계근무를 서게 했다고 3일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사령관의 아내는 2015년 3월께 공관병들에게 집에 있는 밀폐용기를 모두 가져오라고 지시한 후 공관병들이 가져 온 밀폐용기를 테이블에 내리치며 “(용기가) 더 있을 텐데 어디에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이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공관병이 공관 밖으로 뛰쳐 나가자 박 사령관은 전속부관과 대위, 공관병들을 모두 일렬로 공관에 세운 뒤 “관사 밖을 나서면 탈영이다. 내 부인은 여단장(준장) 급인데 네가 예의를 갖춰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훈계했다.
박 사령관은 이어 “전방에 가서 고생을 해봐야 여기가 좋은 데인 줄 안다”며 공관을 나섰던 공관병을 12사단 사천리중대에 1주일 간 파견해 최전방 GOP 경계근무를 서게 했다. 다른 동료 공관병도 피해 공관병이 공관으로 돌아오는 날 교대해 동일한 최전방 GOP로 1주일 간 파견됐다. 공관병들은 “이 사건 후 군기가 바짝 들어야 한다며 새로 배정되는 공관병들도 이등병 시절 한 달간 원 소속 부대에서 선임들과 보내게 했다”고 전했다.
박 사령관의 ‘갑질’로 한 공관병이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같은 해 공관병 A씨는 물건 하나를 창고에서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수 시간 동안 지하 창고를 뒤졌지만 물건을 찾지 못했다. 평소 사령관 부인에게 질책을 자주 당해 온 A씨는 보고할 때 당하게 될 질책이 떠올라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낀 나머지 지하실 안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때마침 부관이 A씨가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제지했고 A씨는 곧 타 부대로 전출됐다. A씨의 동료들이 나중에 확인한 결과 해당 물건은 사령관 부부가 이전 근무지에 두고 와 공관 창고에 없었다.
이외에도 박 사령관의 아내는 공관병들에게 맨 손으로 끓는 국물에서 떡국 떡을 떼도록 지시하거나 새벽 3시까지 인삼을 달이라고 시키는 등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근무 중 근무지를 뛰쳐나갈 만큼 괴롭혀놓고 도리어 이들의 정신 상태를 문제 삼으며 최전방 GOP에 징벌 차 파견 보낸 것은 사령관이 인사권을 남용하여 가혹행위를 일삼은 불법행위”라며 “박찬주 사령관이 아내의 갑질을 묵인하고 동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보자가 다수인데도 본인 해명을 청취하는 국방부 감사에 국민들은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즉각 불법행위 등에 대한 검찰수사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