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 반대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휘 일원화' 반드시 효율적이지 않아

지방공무원 신분인 소방관의 국가직 공무원 전환을 놓고 찬반 양론이 거세다.

전국 4만5,000명에 달하는 소방공무원 가운데 중앙 소방청과 17개 시도 소방본부장 등 560여명만 국가직이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 소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 재정 부족에 따른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일부 광역자치단체장 등은 자치분권 시대에 맞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국가직 전환 찬성 측은 현재 소방청장과 시도지사로부터 각각 지휘를 받는 소방조직 관리를 일원화해 취약한 소방 재정을 확충해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국가직으로 일원화할 경우 시도지사가 국가공무원인 소방공무원을 지휘하게 돼 지휘 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근무환경과 처우 문제는 지방 재정 확충으로 풀어야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낡은 소방 장비와 열악한 처우로 지방 소방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지고 희생도 빈발하고 있다. 이에 지방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방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약속했으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마찬가지 방침을 밝혔다. 지방 소방공무원의 처우와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방 소방공무원을 국가직화하는 것이 이를 위한 올바른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소방사무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무 배분에 관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은 ‘보충성의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분권특별법에 사무 배분의 원칙으로 규정돼 있다. 주민에 가까운 지방정부가 우선 사무를 처리하고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사무만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보충성의 원칙에 의하면 국가가 개입하는 경우에도 지방정부가 사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지방으로부터 사무를 박탈해 주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지원해도 지방이 처리할 수 없는 사무만 국가가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원의 낭비를 줄이며 책임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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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사무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 지휘 체계를 국가를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국가 소방사무와 지방 소방사무를 이원화하는 것이 지휘 체계의 혼란을 가져오므로 컨트롤타워를 국가기관으로 일원화하고 지방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만 보더라도 이러한 주장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중앙집권적인 지휘 체제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드러내 보였다. 국가기관인 해양경찰은 현장에 출동하고 나서도 인명구조보다는 중앙정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느라고 인명구조에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했다. 재난의 컨트롤타워를 국민안전처로 일원화한 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자 중앙정부는 우왕좌왕하느라 아무런 조치를 못 하고 지방정부는 손발이 묶여서 초기 대응의 시점을 놓쳤다. 보다 못해 지방정부가 나서서 환자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나서야 중앙정부도 비로소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가 나서야 재난이나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 일종의 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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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도 마찬가지다. 시·군·자치구도 소방사무의 상당한 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 화급을 다투는 소방 업무는 주민에 가까운 현장의 시·군·자치구가 주민과 함께 일차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지방 소방업무를 시도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소방행정 체계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시·군·자치구의 능력을 벗어나는 장비가 필요하거나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만 시도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시도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개입하도록 해야 한다. 소방사무는 기본적으로 지방 사무이고 국가 사무인 소방사무도 대부분 지방정부의 기관에 위임해 수행하므로 대부분의 소방공무원이 지방 공무원인 것이다. 국가가 직접 수행하는 소방사무만 국가공무원이 수행하고 있다. 그래서 4만5,000명에 가까운 소방공무원 중에서 99%가 지방직이다.

지방 소방공무원을 국가직화하면 국가공무원이 지방 사무를 처리하는 모순이 생기고 지방 공무원인 시도지사가 국가공무원인 소방공무원을 지휘하게 돼 지휘 체계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과 근무환경의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방 소방공무원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은 지방 재정의 빈곤과 인사제도에 근본원인이 있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지방 재정을 확충하고 관련 제도를 고치는 데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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