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헬로 스테이지] 이 시대 여성을 위한 이야기…그 남자 연출 그 여자 작곡

■ 카바레 뮤지컬 '미 온 더 송' 연출 김태형·배우 이영미 부부

테이블석·일반석으로 객석 구분

남편 김태형 카바레식 무대 구성

부인 이영미는 전곡 작사·작곡

노래와 춤·연기까지 혼자 풀어내

"여성·엄마·아내로서의 삶 담아내

위로·감동 주고받는 공연되고파"

스탠딩 코미디나 라이브 바가 흔한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가수 한 사람이 작은 무대에 서서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른바 ‘카바레쇼’가 익숙지 않다. 익숙지 않은 것은 곧 새로움, 신선함이다. 그래서 김태형 연출의 눈길을 끌었을 게다. 올 한 해에만 관객참여형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 등에 도전했던 그는 뭐든 새로운 것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그의 눈을 사로잡은 카바레쇼를 아내이자 관록의 뮤지컬 배우 이영미와 함께 풀어내기로 했다. 오는 18일 막을 올리는 카바레 뮤지컬 ‘미 온 더 송’이다. 개막을 2주 남짓 남겨둔 3일 이들 부부를 함께 만났다.

뮤지컬 디바 이영미와 ‘대세 연출’로 종횡무진 중인 김태형 연출이 오는 18일 두 사람만의 합작 뮤지컬 ‘미 온 더 송’ 개막을 앞두고 포즈를 취했다. 슬하에 세 살 아들을 둔 두 사람이 이번 무대에선 음악감독 겸 배우와 연출 겸 작가로 합을 맞춘다.    /송은석기자뮤지컬 디바 이영미와 ‘대세 연출’로 종횡무진 중인 김태형 연출이 오는 18일 두 사람만의 합작 뮤지컬 ‘미 온 더 송’ 개막을 앞두고 포즈를 취했다. 슬하에 세 살 아들을 둔 두 사람이 이번 무대에선 음악감독 겸 배우와 연출 겸 작가로 합을 맞춘다.  /송은석기자





“2~3년 전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가서 카바레쇼를 여러 편 보고 왔어요. 한 사람이 음악과 이야기로 쇼를 채우는 형식에 매료됐고 보자마자 아내와 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김태형)

당초 김태형 연출은 아내 이영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무대를 꾸미고 싶었다. 하지만 이영미의 반대에 부딪혔다.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소규모 콘서트에서 이미 유사한 형식의 쇼를 수차례 했던 데다 자신의 삶이 그다지 극적이지 않아 쇼로 꾸미는 데는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신 이영미가 블루 벨벳 라이브 클럽의 가수 ‘미(mee)’와 불멸의 삶을 살다 자살을 택한 뱀파이어 ‘세라’ 역할을 오가며, 연기를 펼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이야기 속에 배우이자 여자로서 살아온 이영미의 삶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담담하게 또 쓸쓸하게 세라의 이야기를 하는데 어떨 땐 미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또 내 이야기 같기도 한 거죠. 미가 현재의 저에 가깝다면 세라는 제가 꿈꿨던 여자인 것 같기도 하고요. 곡을 쓴 저조차도 이게 누구의 이야기인지 모르겠어요. 극과 현실이 묘하게 뒤섞인 기분이랄까요.”(이영미)

김태형 연출의 구상대로라면 이번 작품은 이영미를 위한, 이영미에 의한, 이영미의 작품이다. 실제로 이영미가 뮤지컬 넘버 전곡을 작사·작곡했고 노래와 춤, 연기까지 혼자 펼치는 모노 뮤지컬이다. 1995년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한 가수 출신 배우 이영미의 관록과 재능이 고스란히 응축된 작품인 셈이다.

“뮤지컬 넘버는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었는데 이렇게 전 곡을 만들어보는 건 앨범 작업 이후 처음이에요. 10년만에 이렇게 열심히 곡을 써본 것 같은데 정말 즐거웠어요. 10년에 한 번씩만 이렇게 곡을 쓸까봐요.(웃음)”(이영미)


늘 극의 형식을 파괴하는 실험에 몰두했던 김태형 연출답게 이번 공연 역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객석은 테이블석과 일반석으로 나눠, 테이블석에 앉은 관객들은 실제 바에 앉은듯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쇼를 관람하게 된다. 술이나 음료를 팔진 않지만 직접 챙겨온 음료를 마시며 공연을 볼 수 있다. 물론 술도 한 병까지는 가능하다. 또 이번 공연은 뮤지컬 넘버를 수록한 음반이 프로그램북을 대신한다. 2011년 1집 앨범 이후 이영미의 세 번째 앨범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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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부부가 함께 만든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을 처음 맺어준 뮤지컬 ‘브루클린’(2011) 이후 지난 4월 김태형 연출의 실험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 이영미의 출산 후 복귀작이 됐다. 당시 이영미는 매일 관객들이 짜준 설정대로 즉흥극을 펼치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자칫 허술해질 수 있는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이영미는 그때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듯했다. 매일 좌절하고 고민했던 경험이 그대로 떠올라서다. 그럴 때마다 “왜 자꾸 도전과제를 주느냐”며 남편을 향해 눈을 흘겼지만 김 연출은 아내에게 스스로 장한 일을 했다고 믿는 눈치다. 이내 이영미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을 실토한다.

“복귀작인데 이런 식으로 해도 되나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어요. 그전까진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해보니 아이는 열도 낳겠더라고요. 그런데 관객들의 반응을 보니 우리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삶의 의미를 깨닫고 감동을 받는다는 거예요. 매일 오는 관객이 생겨나니 힘도 나더라고요. 무엇보다 전 이 작품을 통해 연기하는 맛을 배웠어요.”

이영미의 말에 김태형이 얼른 맞장구를 친다. “그 연기 실력 이번 공연에서 많이 보여주면 되겠네.”

이번 작품에서도 이들이 내세우는 건 뜻밖의 감동이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은 수십 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한 여자가 직접 곡을 쓰고 무대에 혼자 오롯이 서서 여성, 엄마, 아내로서 살아온 삶을 풀어내는 ‘전환점’ 같은 공연”이라며 “몇몇 넘버를 듣는 순간 관객들은 이 배우의 삶을 통해 위로를 받고 이영미 역시 응원과 위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영미도 한 마디로 작품을 정리했다. “나는 잘 살아내고 있어. 너도 잘 살아내렴. 다들 견뎌내며 사는 것이다. 그것만으로 우리가 살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니. 이 말을 전하는 공연이 될 거예요.”

요즘 공연계에서 가장 바쁜 연출로 꼽히는 김태형은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의 지방 투어를 소화하고 신작 ‘오펀스’ 연출까지 맡았다. 재연을 포함해 올해 무대에 올린 작품만 10개. 내년에는 안식년을 갖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아내인 이영미조차 믿지 않는다. 이미 내년에만 네 작품을 맡은 탓이다. 18~27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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