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강력한 양도소득세 중과 카드를 꺼냈지만 대상자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 시절 양도세 중과 등의 대책을 내놓을 때 감초처럼 들어갔던 다주택자 ‘00가구 대상’ 등과는 대조된 모습이다. 이는 이번 정책의 정교함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으로 결과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양도세 중과에 해당하는 가구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정책을 발표했다. 현재 정부는 통계청의 전국 다주택자 규모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 전국에 두 채의 집을 보유한 사람이 148만7,000명, 세 채가 22만8,000명, 네 채가 5만9,000명 등이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해당 지역인 ‘청약조정대상’의 다주택자가 얼마나 되는지, 장기임대주택, 기준시가 1억원 이하 주택, 상속주택 등 8가지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몇 가구나 되는지는 ‘깜깜이’인 상황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국의 다주택자 중 청약조정대상지역 해당자, 이 중 예외조항에 해당하는 사람 등을 발라내야 하는데 해당 숫자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도 “정부 행정 시스템이 그렇게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제외대상이 상당히 많아 개별 사례를 일일이 발라내지 않고서는 실질 과세 대상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부동산대책 자체가 급하게 나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주부터 대책을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책의 파급효과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중과 대상자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이들이 내년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전에 집을 팔거나 그대로 보유할 시 전체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시장 흐름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종=이태규·김영필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