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김수현 靑수석의 부동산 진단 보니] "집값 급등, 수급보다 머니게임 탓" 갭투자 막기 정책집중 의지

"참여정부 집값정책 실패 원인은 유동성에 대한 이해부족"

"내돈 들여 사면 문제 없어" 다주택자=투기꾼 등식은 경계

"어떤 경우도 예단 안해" 보유세 등 세제 강화 출구 열어놔



“현재 강남권을 포함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반등은 지극히 비정상적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난 여러 선진국 대도시들이 겪고 있는 그런 비정상적인 현상들과 유사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조율해온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이같이 현재의 주택시장에 대한 진단을 내놓았다.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8·2부동산대책’ 등과 관련해 기자단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다. 비정상적이라고 지칭된 집값 급등 원인에 대한 김 수석의 시각은 남달랐다. 역대 정부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주택수요와 공급의 문제에서 이유를 찾았다면 이번에는 ‘과잉 유동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김 수석은 이를 놓고 “과도한 양적 완화에 따른 머니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저금리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의 힘이 집값을 밀어 올렸다는 뜻이다.

김 수석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최근의 주택공급 상황을 소개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발표된 연간 주택공급 적정량이 39만가구 정도였는데 해당 정부 임기 중에는 연간 70만가구가 넘게 공급된 적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3년간 공급된 (주택의) 양은 단군 이래 최대 공급량”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서는 지난 몇 년간 평균치의 3배에 달하는 허가가 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뛰자 김 수석은 “이 문제를 수요공급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고 진단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문제 인식의 기저에는 참여정부 시절 집값 급등을 선제적으로 잡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이 작용하고 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을 합쳐 17번이나 발표했다”며 “그렇게 여러 번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참여정부 정책실패의 원인에 대해 “새로운 유동성 국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해 (정책의) 강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당시에도 대책이 전통적인 주택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넘쳐나는 돈의 힘을 조기에 통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당시 주택수요 억제와 공급확대 중심의 부동산정책을 펼쳤던 것은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가장 강력했던 부동산정책을 참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김 수석은 이 같은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결정 과정에 자신이 참여했었다는 점을 되짚었다. 이어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참여정부 실패론이 제기될 때마다 저 역시 큰 책임감을 느끼고 늘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지난 8·2대책을 포함해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노태우 정부 시절의 전통적 수급 위주 처방에서 벗어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부동산시장에서의 머니게임을 억제하더라도 김 수석은 ‘다주택자=투기꾼’이라는 등식은 경계하기로 했다. 그는 “진짜 내 돈을 들여 집을 여러 채 갖는다고 하면 투기꾼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다”며 “다주택자가 없으면 (주택 임대물량이 공급되지 않아) 주택시장은 안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투기억제정책은 다주택 보유자 중 순수 자기 자금을 동원하기보다는 저금리 은행 대출을 받은 뒤 전세를 끼고 단기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는 이른바 ‘갭(gap·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 투자자’에 한정돼 집중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김 수석은 이날 간담회에서 “갭투자를 하는 분들은 전세가격이 주택가격의 85%까지 가니까 조금만 돈을 넣어 계속 집을 사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2대책에서는 빠진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여부에 대해 김 수석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해당 조세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아직 소득이 실현되지 않은 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므로 조세저항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누진세 구조인 점 등을 감안할 때 보유세와 종부세에 손을 댈 경우 서민들에게도 상당한 우려가 예상된다는 게 김 수석의 설명이다. 다만 종부세와 보유세에 대해 “어떤 경우도 예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향후 주택시장의 향방에 따라 세제강화 가능성도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민병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