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출범 일주일 만에 마이너스 통장(유동성 한도 대출)의 신용등급별 부여 한도 축소를 단행했다. 경쟁력 있는 한도와 금리에 빠른 대출 실행이란 장점에 직장인들의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줄을 잇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한도를 줄이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한도 축소가 예고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권은 카카오뱅크가 아직 축적된 신용 데이터베이스(DB)가 부족해 제대로 된 여신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따라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았다. ★본지 7월 31일자 11면 참조
3일 카카오뱅크는 빠른 마이너스 통장 약정 증가에 따라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관리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마이너스 통장 대출 신청 시 신용등급별로 적용하는 한도를 낮췄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대출 한도를 측정할 때 쓰는 프로그램 로직을 바꿨다”며 “다만 이 부분은 통상적으로 시중은행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 신용대출의 한도는 전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카카오뱅크 측은 덧붙였다. 카카오뱅크에서는 모바일 앱에서 빠르면 5분여만에 각종 소득, 재직 서류 제출 없이 공인인증서 인증만으로 최고 1억5,000만원 한도를 제공하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어 현재도 대출 한도 조회가 지연될 정도로 고객이 대거 몰리고 있다.
이는 마이너스통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증가할 시에 향후 예대율(예금 대 대출 비율)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3일 오전 7일 현재 카카오뱅크의 수시입출금예금과 정기 예·적금을 포함한 수신 실적은 6,530억원, 실제 대출 실행액인 여신은 4,970억원으로 예대율은 76% 수준이다. 다만 고객들이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최대한으로 받아놓고 대출은 차후에 필요할 때 쓰는 것을 감안하면 언제든 뒤집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자산 2조원 이상 시중은행의 예대율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아직 소규모인 인터넷은행은 의무 제한 대상은 아니지만 이런 예대율 기준을 최대한 준수한다는 방침이다. 또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대출이 실행된 금액이 아닌 한도 전체에 대해 일정 비율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점도 이번 조치를 단행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조치로 고객들에게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신용대출을 중단한 것도 아니고 최고 한도는 여전히 1억5,000만원을 주지만 전보다 한도 부여가 인색해진 탓에 소비자들이 실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온라인 재테크 사이트에는 “오늘 대출을 실행하려고 한도를 조회해보니 며칠 전에 조회했을 때보다 한도가 대폭 줄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고객이 한시간에 수천명씩 유입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머지 않아 케이뱅크처럼 결국 신용대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