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KBS 2TV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가 20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신채경(박민영 분)의 이른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신채경은 “다시 태어나면 절대 만나지 않겠습니다. 전하”라며 죽음 앞에 목숨을 반 내놓은 상태였다. 이 때 이역(연우진 분)이 달려와 채경을 직접 채경을 구출해 데려갔다.
이를 본 윤명혜(고보결 분)는 이역마저 목숨이 위험해질까봐 조치에 나섰다. 이역은 곧이어 폐주 탈출사건의 범인을 잡고 진실을 캐물었다. 범인은 우상으로부터 폐주 연산군 이융(이동건 분)이 도망칠 때 좌상 집으로 도망갈 수 있도록 지시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박원종(박원상 분)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후 박원종은 윤명혜에게 신 씨에게 왕비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거냐며 따귀를 때렸다. 이역은 자순대비(도지원 분)에게 신채경과의 관계를 허락해달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윤명혜는 서노(황찬성 분)와의 애틋한 과거를 떠올리며 서노가 친애한 신채경을 구하는 것으로 서노에 대한 빚을 갚기로 마음먹었다.
박원종은 궁이 점차 의문의 피바다로 물드는 사태를 이융의 보복이라 언급하며 조정과 왕실을 위해 신채경을 폐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모두 박원종이 꾸민 계략이었다.
이를 익히 알던 신채경은 자신의 저고리 고름을 잘라주며 “내가 먼저 끊어내지 않으면 전하께서 저를 절대 놓지 않으실 것입니다. 전하와 이혼하고 싶사옵니다”라고 말했다. 신채경이 거듭된 죽음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하자 이역은 결국 서로의 안위를 위해 신채경을 폐비키로 했다. 이 가운데도 이역은 “100년이라도 사랑한다. 같이 있지 않더라도 사랑할 것이다”라며 신채경과 함께 눈물의 입맞춤을 나눴다.
다음날 이역은 윤명혜를 증인으로 데려와 박원종의 비리와 계략을 문책하고 엄벌로 다스렸다. 자순대비는 폐비 후 궁을 떠나는 신채경에게 안타까움과 격려의 말을 마지막 인사로 건넸다. 이역은 신채경이 궁을 떠난 것을 알고 망연자실했다. 이융은 신 씨가 자신을 도망케 한 적이 없다며 누명을 썼다고 뒤늦게 전했다.
이융은 충신 신수근(장현성 분)으로부터 안부 서찰을 받았지만, 점차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 때 이역이 이융을 찾아와 형제간의 묵은 감정을 씻어내려 했다. 이융은 “아바마마의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데, 나는 어느새 아바마마의 예견대로 폭군이 되어있었다. 역아 너를 미워했던 게 아니었다. 네 눈에 비친 날 미워했던 게지. 그리고 네 눈과 똑같이 닮은 채경이의 눈을 보기 부끄러워 너흴 죽이려했고 망치려했다”며 “이생에게 다 못 받은 벌은 내 죽어서 마저 받으마”라는 말을 남기고 참회의 눈물과 함께 숨을 거뒀다. 이역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쏟았다.
폐주의 죽음을 전해들은 신채경과 신비(송지인 분)는 위로의 절을 올렸고, 자순대비는 그간 애증의 관계를 떠올리며 슬픔에 잠겼다. 얼마 후 이역은 신채경의 거처를 찾아갔지만 신채경은 “우린 남들과 달라 함께하지 않는 것으로 서로 은혜 하는 마음을 지켜나가기로 한 것이 아닙니까. 벌써 무너지려는 것입니까”라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역을 마주하지 못했다.
훗날 신채경은 자신들의 아이가 비극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입궐을 사양하는 서찰을 보냈다. 38년 후 나이가 들어 병세가 악화된 이역은 신채경을 궁에 불렀다. 노인이 된 두 사람의 겉모습은 변해 있었지만, 서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은 한결 같았다. 마음을 확인한 이역은 그대로 신채경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신채경의 “연모합니다. 은혜합니다. 사랑합니다 서방님”이라는 말을 들으며.
참 멀리도 돌고 돌았다. 이토록 가슴 시린 커플도 오랜만이다. 결국 서로를 곁에서 지켜보지 못하는 삶을 택했지만, 그것이 당시 조선시대에 이역과 신채경의 어쩔 수 없는 사랑 방식이었다. 결국 신채경은 폐위되고 이역은 쓸쓸함에 몸부림쳤지만 마음만은 어린 시절 첫사랑부터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였다.
수많은 역모에 목숨을 건 사랑을 그린 ‘7일의 왕비’는 애달프게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한 편으로는 닫힌 결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융은 동생 이역에게 자신의 죄를 털어놨고, 반역 세력은 최후를 맞았다. 비록 ‘꽃길’은 아니지만 ‘진흙탕길’에서는 헤어 나온 사필귀정의 메시지도 있었다.
이역과 이융의 ‘형제의 난’, 신채경까지의 삼각관계를 그린 ‘7일의 왕비’는 그간 다소의 역사왜곡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도 박민영과 연우진, 이동건은 팩션사극의 묘미를 살려 세 인물간의 긴장과 애증, 사랑의 감정을 절묘하게 그렸다. 그리고 드라마는 지금껏 없었던, 조선시대 가장 슬픈 사랑이야기를 전했다. 그 여운은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오랜 기간 남을 듯하다.
‘7일의 왕비’ 후속으로는 오는 9일부터 ‘맨홀’이 방송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