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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이유리 “프라이버시 존중해주는 시댁…결혼 참 잘했죠”

“어머니,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어요”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시어미니 오복녀(송옥숙 분)에게 남긴 변혜영(이유리 분)의 한 마디는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을 환호케 만들었다. “딸은 핏줄로 형성된 가족이지만 며느리는 피 한 방울 안 섞인 완벽한 남”이라며 ‘왜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는 가’에 대해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는 변혜영의 반박은 우리 사회에 깔려있는 ‘이상적인 고부관계’ 판타지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사진=더준엔터테인먼트사진=더준엔터테인먼트


이유리에게 있어서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 속 표독스러운 악녀 연민정은 영광이자 일종의 족쇄와도 같았다. 이전까지 착하고 순하게만 보였던 이유리에게 ‘인생캐’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을 뿐 아니라 무려 ‘연기대상’까지 선물해준 고마운 캐릭터였지만, 그와 동시에 워낙 이미지가 강렬했던 탓에 한동안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왔다 장보리’ 이후 tvN 드라마 ‘슈퍼대디 열’ KBS2 드라마 ‘천상의 약속’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를 이어왔지만, 연민정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이유리는 연민정을 능가하는 캐릭터를 만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유리는 사람들의 우려를 비웃 듯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이유리는 자기중심적이고 냉정한 독설가이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내색하지 않고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센언니’ 변혜영의 옷을 입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과 사가 분명하고, 논리 정연하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피력하는 변해영을 통해 이 시대 여성들이 추구하는 ‘걸크러시’ 매력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방송이 나가고서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구나’를 느꼈어요. 대본을 보고 나서 아무리 변혜영이라고 하지만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어요’라며 반박하는 변혜영의 모습이 너무 세지 않나, 선을 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어요. 그래서 촬영 당시 단계를 조금씩 다르게 하면서 촬영을 하기도 했었죠. 방송이 나갔는데, 다행히도 제가 걱정했던 것과는 반응이 다르더라고요. 변혜영을 받아주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그동안 논리정연하게 말을 했던 캐릭터가 드물었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요즘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기했던 것은 젊은 여성들 뿐 아니라, 어르신 중에서도 변혜영의 대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라고 이유리는 말했다.

사진=IHQ사진=IHQ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어머니들도, 이전에는 누군가의 며느리셨잖아요. 알면서도 그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변혜영이 대신 말해 줘서 속 시원해 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과거 시집살이를 하셨던 분들은 ‘우리 때는 그렇게 못했는데 대신 말해줘서 속이 시원하다’라면서 혜영이를 더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혜영이 말이 다 맞잖아요. 한 집에서 20년 넘게 산 형제도 싸울 때가 있는데, 아들로 묶인 어머니와 며느리는 더 하지 않겠어요? 30~40년을 같이 산 이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간은 필요하다고 봐요, 저도.”

이유리는 안방극장에 ‘시원한 사이다’를 선물하고 있는 변혜영에 대해 “일반적인 캐릭터는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사실 변혜영은 ‘악역 아닌 악역’인 것 같아요. 바른 말 하는 혜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다 맞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보거든요. 일단 혜영이는 너무 까칠하고 남에 대한 배려가 적어요. 집에서도 그렇고 너무 자기 위주로 살아온 거죠. 시어머니가 ‘같이 맛있는 거 먹을래?’ ‘함께 목욕하고 싶어’라고 말을 한 건, 어떻게 보면 먼저 손을 내밀어 준거잖아요. 그런데 그거에 대해 매몰차게 거절하는 부분은 너무 개인주의도 있는 것 같아요. 혜영이가 맞는 말을 한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며느리인데, 자녀가 그렇게 버릇없이 구는 것은 분명 어른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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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보면 허당기도 있고, 알고 보면 마음 여린, 인간적인 면모도 있는, 변혜영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덧붙인 이유리는 “반전이 있기에, 그래서 더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변혜영만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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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는 고부지간으로 출연 중인 송옥숙과의 연기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유리는 극중에서는 아웅다웅하는 고부지간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좋을 수 없다”며 활짝 웃었다.

“선생님께서 저를 보시고서 ‘어쩜 내 어릴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기도 에너지가 참 많았는데, 너도 그에 못지않다고요. (웃음) 송옥숙 선생님은 정말 에너지도 많으시고, 열정도 넘치시는 분이세요. 아이디어도 풍부하시고요. 선생님과 연기하면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정말 연기를 사랑하시는 분이고, 지금도 꾸준히 연기공부를 하시고, 책도 많이 읽으세요. 무엇보다 대사를 진짜 잘 외우세요. 제가 본 배우 중에 대사를 제일 잘 외우는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유리는 실제로도 누군가의 아내이자 며느리이기도 하다. 변혜영이 아닌 며느리 이유리와 시부모와의 관계는 어떠할까. 이에 대해 이유리는 방긋 미소 지으며 “저는 솔직히 남편보다 시어머니를 먼저 만나서 그런지 다른 곳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다”는 변혜영의 말과는 달리 실제로 모녀지간 같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 개인적으로는 진짜 엄마와 딸과 같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도 ‘특별한 고부관계’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어떤 부분에서는 외국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 어머님께서는 저희 부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셔서, 집으로 ‘오라 가라’하시지도 않으세요. 명절 때나 이럴 때 솔직히 음식을 해본 적도 없어요. 제가 도와드리려고 하면 오히려 손 버린다며 됐다고 하시고요. 어머님께서 항상 말씀하세요. 다른 누구보다 너희 두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요. 저희 부부의 삶을 참 많이 존중해 주시는데 정말 결혼하기 잘 한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화목한 고부지간이기에, 도리어 ‘아버지가 이상해’ 속 변혜영과 오복녀의 고부관계를 그려내는 것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생기기도 했다.

“저도 사실 하면서도 걱정이 됐어요. 저는 어른들과 잘 지나는 편인데, 저희 집과는 다른 시 월드를 그려내야 하는 거잖아요. 과연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싶은 부분도 있었죠. 제가 연기를 잘한다고 하기 보다는 작가선생님께서 대사를 정말 잘 써 주셔서, 말을 하는 맛이 사는 것 같아요. 하하.”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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