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미셸 위(28)의 골프백에는 일반인들이 보기 힘든 클럽들이 꽂혀 있다. 분명히 페어웨이 우드의 헤드 모양을 하고 있는데 뭔가 다르다.
미셸 위는 스코틀랜드 파이프에서 열리고 있는 메이저 골프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총상금 325만달러)에서 9번과 11번 우드를 요긴하게 쓰고 있다. 이렇게 높은 로프트(클럽 페이스가 누워 있는 각도)의 우드는 사용하는 선수가 극히 드물다. 김미현이 전성기 때 애용하기는 했다.
미국 골프채널이 “비밀병기”라고 표현한 9·11번 우드는 일반에는 판매하지도 않는다. 미셸 위의 클럽을 제작하는 캘러웨이골프 측은 “에픽 9번 우드와 XR 11번 우드는 미셸 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특수 제작한 것”이라며 “일반 판매용은 3번부터 7번 우드까지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셸 위는 “5번 아이언 대신 11번 우드를, 4번 하이브리드 클럽 대신 9번 우드를 쓴다”고 했다. 11번 우드는 한 달 전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때도 사용했는데 이번에 9번 우드도 추가했다. 9번 우드로 190~195야드, 11번 우드로 180야드를 보낸다. 이 비밀병기를 앞세워 미셸 위는 4일(한국시간) 1라운드에서 그린을 거의 놓치지 않았다. 높은 탄도에 런이 적은 샷으로 홀 근처에 정확하게 볼을 멈춰 세웠다. 그린 적중률은 무려 94.4%(17/18).
마지막 5개 홀에서 버디 4개를 몰아치는 등 버디 9개와 보기 1개를 적은 미셸 위는 8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64타는 이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한 뒤 세 번째로 좋은 스코어다.
미셸 위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5개 대회에서 톱10이 한 차례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이 사이 세계랭킹이 182위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클럽 교체 등의 승부수가 통한 때문인지 올 시즌은 톱5에 다섯 차례 진입하며 세계랭킹을 35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014년 US 여자오픈에 이은 메이저 2승 기대도 커지고 있다. 미셸 위는 “이 정도로 높은 로프트의 우드를 다룬 적은 올 시즌이 처음이지만 나한테는 아이언보다 훨씬 치기 쉽다”고 말한다.
시즌 2승의 김인경(29·한화)이 7언더파로 1타 차 단독 2위에 오른 가운데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메디힐)은 1언더파, 박성현(24·KEB하나은행)과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이븐파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