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글로벌W-디디추싱 창업자 청웨이] 손정의·팀 쿡도 베팅한 남자…비전을 연료로 성공을 달리다

'낙후된 중국 교통 해결' 꿈 품고 잘 나가던 알리바바 퇴사

우버와 '2년 치킨게임'서 승리…지난해 '우버 차이나' 합병

특유 인화·추진력 앞세워 소뱅·애플 등서 '통큰 투자' 유치

빅데이터 바탕으로 글로벌 최대 '교통 플랫폼' 구축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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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2위 부자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마화텅 텐센트 회장,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업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 ‘승부사’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 동물적 비즈니스 감각으로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이끄는 이 쟁쟁한 사업가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설립된 지 채 5년도 되지 않은 중국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에 선뜻 거액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차량공유 서비스의 원조인 우버의 중국법인을 인수하며 중국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기업가치는 약 500억달러로 아시아 스타트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디디추싱의 성공 배경에는 우버 같은 외국 자본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반감이 적잖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치열한 출혈경쟁에도 끄떡없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된 데는 30대의 젊은 창업자 청웨이 회장 특유의 추진력과 인화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983년 장시성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청 회장이 베이징화공대를 졸업한 뒤 첫발을 내디딘 것은 어느 발마사지 회사의 비서직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그의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회사가 아니었다. 그는 1년 만에 당시 고속성장 중이던 중국 온라인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로 이직해 B2B(기업간거래)사업 부문에서 5년간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일했다. 몇년 만에 최연소 부총경리로 승진한 그는 알리바바의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2년간 담당하며 새로운 사업기회에 눈을 떴다. 그가 엔젤투자자로서 디디추싱의 공동창업자가 된 왕강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도 이때다. 중국의 낙후된 교통을 바꾸겠다는 꿈을 품은 그는 결국 알리바바에 사표를 던지고 디디추싱의 전신인 디디다커를 설립했다. 2012년의 일이다.

당시 알리바바에서 한창 잘나가던 그의 창업을 주변 사람들은 강하게 말렸다. 당시만 해도 중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기반의 서비스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않은데다 차량공유 서비스가 불법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영회사들이 택시를 운영하는 중국 시장에 우버 방식으로 접근했다가는 제재를 당할 게 불 보듯 뻔했다.

청 회장의 선택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택시를 공유 대상으로 삼는 것이었다. 택시기사들과는 직접 몸으로 부딪쳤다. 택시기사들을 직접 찾아가 기사용 단말기를 보급하고 단말기 사용법을 알려줬다. 거대기업의 회장이 된 지금도 그는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택시기사들과 만난다.


디디다커는 마침 모바일결제 서비스 시장 안착을 위해 차량공유 서비스 파트너를 찾던 텐센트로부터 1,5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몸집을 불린 디디다커는 ‘알리바바연합’의 일원인 콰이디다커와의 합병에도 성공해 디디추싱(당시 디디콰이디)으로 재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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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와 알리바바라는 중국의 두 IT 공룡을 등에 업고 탄탄대로가 예고됐던 디디추싱의 행보는 2014년 높은 인지도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로 앞세운 우버의 중국 진출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청 회장의 개인기는 13억 인구의 거대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진검승부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창업 직전 “나의 노모를 위해 진정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왔다”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정도로 진중하고 겸손한 성품은 텐센트·알리바바·레노버 등 쟁쟁한 기업 창업자들을 확실한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청 회장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며 그의 정면승부를 지원하는 추가 투자를 이어갔다. 덕분에 청 회장은 수십억달러의 적자를 내며 2년에 걸쳐 치른 우버와의 ‘치킨게임’에서 버틸 수 있었다. 여기에 애국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중국 여론이 디디추싱 편으로 기울면서 우버차이나는 중국 시장 점유율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성장이 멈춰버렸다.

동시에 청 회장은 거대한 ‘반우버연대’를 만들어 우버의 본진을 위협했다. 동남아시아의 강자인 말레이시아의 그랩, 인도의 올라, 미국의 리프트 등 각국의 우버 경쟁사에 거액을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이다. 이들은 제품개발과 사용자 정보를 공유하며 긴밀하게 협력했다. 중국 시장 침투에 열을 올리던 우버는 ‘잡은 고기’라고 생각했던 지역의 점유율이 무너지자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는 지난해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를 합병하고 지분 5.89%를 받는 조건으로 백기를 들었다. 두 회사의 합병안은 현재 중국 상무부 반독점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시장 통일에 성공한 청 회장의 야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에스토니아에 투자해 유럽에서도 오랜 라이벌인 우버를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디디추싱은 중국의 교통 빅데이터 확보라는 막강한 무기를 바탕으로 도시 교통 정체를 해결하는 기술 개발에도 힘을 싣기 시작했다. 3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한 ‘디디랩스’를 열었다. 쿡 CEO가 우버가 아닌 디디추싱에 단일투자로는 창립 이래 최대 금액인 10억달러를 베팅한 것도 중국의 교통지옥을 해결해보겠다는 청 회장의 비전을 높이 산 덕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청 회장은 포브스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원스톱 교통 플랫폼이 되고 싶다”며 “우리는 교통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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