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중銀 지역대출 의무화..커지는 '관치 부활' 논란

내년 '지역재투자제도' 추진

시중은행의 지역 내 대출을 의무화하는 ‘지역재투자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축된 지방의 금융을 살리기 위해 시중은행이 사실상 지역 금융기관 같은 역할을 하라는 것인데 정책의 실효성도 떨어지는데다 규제 완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4일 금융위원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한 지역재투자제도를 내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역재투자제도가 도입되면 금융기관은 지역에서 받은 예금의 일정 비율을 그 지역 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농어업인 등에게 의무적으로 대출해줘야 한다. 고질적인 지역 금융위축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다. 미국이 지난 1977년 제정한 지역재투자법(CRA)이 모델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수도권에 금융이 몰려 있는 과밀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 취약계층이 좀 더 쉽게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시중은행의 지역재투자를 의무화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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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적용 대상은 시중은행이다. 상호저축은행은 현재 영업구역 내에서 50% 이상 대출을 하도록 의무대출비율이 설정돼 있고 신용협동조합도 비조합원 대출 비중이 50%를 넘으면 개선 또는 임직원 면직 처분을 받는 등 비은행 예금기관들은 이미 유무형의 지역별 대출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도입 대상 범위에 시중은행을 포함해 폭넓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역재투자제도 도입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은행 건전성 악화, 자율성 침해, 낮은 기대효과 등이 논란거리였다. 더욱이 지역 경제 부진에 저축은행도 의무대출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마당에 새로 지역별 규제를 만드는 것은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 은행들도 영업의 한계로 수도권에 진출하는 마당에 전국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지역재투자를 의무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관치”라고 꼬집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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