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서 정보기술(IT) 융복합 바람이 거세다. 선두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투자상품과 경영 효율화에 IT를 적극 활용하면서 후발 증권사도 뒤쫓아가는 모습이다.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IT와의 융복합에 금융투자업계도 체질 전환을 위한 역량 집중에 나서는 양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클라우드 기반 트레이딩(매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매매 시스템은 주어진 정보만을 이용한 수동적인 서비스였으나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오픈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보다 자율적인 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기술뿐 아니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도 곳곳에서 적용된다. 대신증권은 이달 초 고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로봇이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보유 자산을 진단하는 ‘로봇 벤자민’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봇 벤자민은 인공지능 기반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로 업계 최초라는 평가다. 특히 스스로 학습하며 진화하는 구글의 ‘알파고’ 기술과 같이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시간이 갈수록 서비스 질이 개선된다는 특징이 있다.
IT 기업들과의 협업도 강화하는 추세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디지털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국내외 IT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 기업인 에자일소다와 머신러닝 기반 금융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 측은 “급변하는 IT·금융 융합 환경에 필사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텍스트분석, 음성인식, 머신러닝, 인공지능 솔루션 등 신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IT와 금융투자업계의 융합 바람은 국내외 선두 기업으로부터 시작됐다. IT를 통해 질 좋은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서비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기자본 규모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 역시 국내 최대 IT 서비스 기업인 네이버와 지난 6월 금융 분야와 관련된 인공지능 연구, IT 스타트업 공동발굴과 투자 등을 진행하기로 협약했다. 미국 월가의 골드만삭스도 지난 몇 년간 160여개의 IT 기업을 인수하며 스스로를 ‘IT기업’이라고 칭하고 있다. 올해 초 현재 골드만삭스의 전체 인력 중 30%가 IT 인력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