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평가받는 ‘8·2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풍선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여전히 시중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부산광역시 서구에서 지난 3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대신 2차 푸르지오’는 254.8대1의 평균 경쟁률로 올해 부산 최고 기록을 세웠고 대전광역시 유성구 반석동의 ‘반석 더샵’은 57.7대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산·세종시에 대한 투자 수요가 규제를 받지 않는 주변 지역으로 이동한 결과”와 “정부 대책과 무관하게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당 지역의 청약 수요가 높았던 결과”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4일 금융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는 규제에서 벗어난 상가나 비수도권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풍선효과 나타날까?=일각에서는 서울 중소형 아파트에 몰렸던 투자자금이 투기과열지구·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방의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거주용 부동산인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수익형 부동산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수익형 부동산으로 이동했다는 통계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다만 상가는 수도권에서 신도시 등 새로 공급될 만한 곳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단지 상가를 미리 선점하려는 수요는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시장에서의 풍선효과가 예상보다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2주택 이상 소유자가 주택을 매도한다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주택을 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도권 외곽지역 주택시장 시세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부동산 대체재는 주식?=일각에서는 주택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타 부센터장은 “국내 주식 매매차익은 비과세되는 장점이 있다”면서 “현재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판단 하에 주가연계상품(ELS) 등 파생상품 쪽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과감하게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애플·아마존 등 해외 거대 글로벌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자산가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부동산 투자자금이 부동자금으로 떠돌거나 해외 부동산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엿보인다. 6·19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이미 부동자금은 늘어나는 추세여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최근 한 달 동안 17조원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은 대개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강해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용택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강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금융시장에 투자되는 자금과 부동산 시장에 투자되는 자금은 기본적으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부동산대책보다는 오는 24~25일 열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결정될 글로벌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기혁·조권형·박경훈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