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최근 기존의 인사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등에 맞서 간편 송금과 대출은 물론 수수료 인하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이것도 부족해 인터넷은행의 ‘일당백’ 인사 시스템과 기민한 인사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돌풍이 시중은행의 기존 인사제도마저 바꿔 놓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금융산업의 디지털화, 업종 간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변화의 물결에 잘 대응해야 한다”며 “조직의 핵심은 사람이므로 인사 방식도 이 같은 흐름에 맞는 기민함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날 “평생을 방공 레이더전문가(IT전문가)로 일하던 사람을 보병 지휘관(영업점장)으로 보내 놓고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못 한다고 탓하는 것이 맞는 것이냐”며 “실력 있는 신입 행원들을 무조건 지점에 배치하는 기존 방침에 대해서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기존의 인사원칙을 고수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판단해 ‘기민한(agile)’ 인사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300명 안팎의 직원으로 돌풍을 만들어 낸 카카오뱅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임직원이 1만7,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보다 50배가 넘는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와 같은 도전적 실험이 없었다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카카오뱅크는 인력의 40%를 정보기술(IT) 인력으로 채우고 호칭을 파괴하거나 영어 이름까지 도입해 직원들이 거리낌 없이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자율적인 인사제도를 운영하는 반면 보수적으로 이름난 은행권은 여전히 경직된 사내문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자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KB금융은 지난 2·4분기 신한금융지주를 9년 만에 제치고 1위를 탈환한 만큼 윤 회장이 인사제도 운영에 있어서도 과감한 파격을 선택해 1위 수성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회장이 인사 운영에 파격적인 변화를 주문함에 따라 KB금융은 기존 인사제도에 대한 개편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원·김보리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