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드론 원천기술 개발 업체 D사의 대표는 최근 한 국책은행으로부터 지분 투자 20억원을 받기 위해 지원했다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은행이 아직 드론에 대한 기술평가항목을 마련하지 않아 D사의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원천 기술개발 업체에 대한 투자를 한 사례가 없어 투자를 보류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결국 D사 대표는 자비와 지인들의 투자금만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D사 대표는 “우리나라 드론 업체 대부분은 중국에서 부품을 사와 조립하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산업용 드론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모터나 플라잉 컨트롤러(FC),소프트웨어(SW) 등 원천 기술 확보가 중요한데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원천 기술 개발 업체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거의 없고 투자도 빈약한 실정”이라고 한탄했다.
국내 드론 산업이 원천 기술 개발 업체에 대한 지원 부족으로 중국 업체에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초 부품 개발 업체는 도외시하고 단순히 부품을 수입해 와서 조립하거나 오픈소스(드론 작동을 위해 무상으로 공개되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국책연구 프로젝트로 지원이 집중되면서 국내 드론 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드론산업협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드론시장 규모는 1,316억원으로 지난해(704억원) 보다 87% 급증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국내 드론업계의 시장점유율은 약 18%로 2015년(30%)에 비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현재 영업 중인 국내 3,000여개 업체 대부분이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와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독자 기술로 드론을 만드는 국내 업체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본지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을 조사한 결과 드론에 특화된 기술평가항목을 마련한 은행은 한 군데도 없었다.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책자금 기관에도 별도로 드론 기술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없다. 기술평가항목이 없으니 원천 기술 업체에 대한 초기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비교적 단시간에 매출액을 올릴 수 있는 부품 조립 업체 위주로 지원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드론 부품을 독자 생산하는 국내 한 업체 대표는 “중국산 드론 점유율이 높아 국내 드론 업체가 원천 기술 연구개발(R&D)에 나선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고, 이에 정부나 국책은행들은 원천 기술 개발 업체 기술력에 대한 평가 체계를 마련하지 않아 투자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원천 기술 개발 업체는 후속 투자를 받는데도 애를 먹고 있다. 한 드론업체 관계자는 “국책은행이나 정부의 지원을 못 받으니 민간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쉽지 않다”며 “기업공개(IPO)는 꿈도 못 꾸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드론 업계는 원천 기술 개발 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국내 드론 업계가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드론 관련 특허출원은 2014년 7건에서 2015년 25건, 2016년 3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증가세가 한 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드론업체 관계자는 “드론이 4차 산업의 총아인 만큼 정부와 관련 기관이 지금부터라도 드론에 특화된 기술평가항목을 마련해 국내 드론 R&D기업이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규제도 드론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다. 최근 몇 년간 드론 사업범위, 비행고도나 비행속도 규제가 풀렸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대표적인 게 주파수와 전파세기 규제다. 현재 허용한 주파수와 전파세기로는 안전한 비행과 원활한 영상을 송수신을 달성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드론의 안정성을 점검하는 훈련 공역(空域)도 대구 달성, 강원 영월 등 전국에 7곳뿐이다. 드론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규제를 완화하고 훈련 공역도 계속 늘린다면 다양한 종류의 드론 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