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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군함도’는 류승완의 통제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군함도’ 류승완 감독, 영화 인생 처음으로 공식 입장 발표한 이유

극장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군함도’(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는 총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된 올여름 첫 번째 텐트폴 영화이다. 지난 26일 개봉해 역대 최고의 오프닝 신기록(97만 명), 올해 최단 기간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열풍에 동참한 것에 이어 논쟁 또한 가열되고 있다.

개봉 첫날 2027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면서 역대 최악의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벌어진 것에 이어 역사 왜곡 찬반 논란에 이어 왜 ‘대(大) 탈출극’ 영화를 만들어야 했냐 란 논란까지 벌어졌다.


무엇보다 ‘군함도’는 2000년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통해 데뷔한 류승완 감독이 영화 인생 최초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소재이고 실제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강제 징용 피해자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로지 이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고 말했다./사진=조은정 기자류승완 감독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소재이고 실제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강제 징용 피해자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로지 이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고 말했다./사진=조은정 기자


류승완, ‘군함도’를 둘러싼 일본의 역사왜곡 논란에 정면 반박하다



지난 달 28일 류승완 감독은 ‘최근 일본 내 일부 매체와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서 영화 ’군함도‘가 사실이 아니고 마치 허구로만 이뤄진 창작물인냥 평가받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중,일 3국의 정부 기관과 유력 매체들의 날선 공방까지 오가고 있어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 표명을 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류 감독은 “제가 공식입장을 따로 내는 이런 사람이 아닌다. 영화 인생에서 공식 보도자료를 낸 것 처음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군함도’ 개봉 이전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경계를 보여 온 국가는 일본이었다. 올해 2월 일본의 유력 매체 산케이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영화 <군함도>는 거짓, 날조되었다”, “소년 광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군함도>는 하시마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하는 운동의 일환”이라며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지난 26일 ‘군함도’가 국내 개봉하면서 일본의 반응은 한층 거세졌다. 산케이 신문은 개봉 바로 다음날인 27일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산케이 신문은 “조선인 징용공(강제징용노동자)이 갱도 내부에서 사망하는 장면이 있고 조선인에 대한 살해 장면이 극히 잔혹하게 묘사돼 있다. 조선인 여성이 유곽으로 강제로 보내지거나 욱일기(전범기)를 찢는 장면도 있어 한국인의 반일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또한 <군함도> 말미에 흐르는 “현재 일본 정부는 2017년 12월까지 강제 징용을 포함한 각 시설의 역사적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유네스코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자막을 두고 정치적 호소가 강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측은 언론 보도에 그치지 않고 정부까지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감독 자신도 창작된 이야기라고 말했다.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기록영화는 아니다”라며 “징용공 문제를 포함해 한일간의 재산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일본 관방장관의 공식 발언에 대해서는 영화 만든 사람으로서 입장을 밝혀야 했다. ‘실제 있었던 역사를 모티브로 해 만들어진 창작물’이란 문구에서 ‘창작물’이란 워딩만 왜곡한 채 허구의 창작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했다’는 부분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사실을 반영한 기록영화 같은 것은 아니다고 했는데 그 부분을 짚고자 했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류승완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일본 쪽에서 우리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그냥 넘길 수 없어”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모든 스태프가 취재한 사실을 기반으로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한 영화이다. 역사 전문가, 군함도 연구자, 군사 전문가 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의 조언과 고증을 토대로 해서 만든 영화이기에, ‘역사 왜곡 부분에서는 ‘당당하다’고 말하는 그였다.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탄광 사고, 폭발을 시켜 사람들을 매몰한다던가 하는 부분은 하시마섬에는 없었지만, 하시마섬의 옆에 있는 섬에서는 실제 벌어진 사건이기도 했다.

실제로 ’군함도‘를 가지고 벌어진 수많은 논쟁이 있지만 이러한 일본의 반응은 용납할 수 없었다. 군함도라는 역사를 일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고, 이에 류승완 감독은 영화와 관련한 수많은 논쟁이 일본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군함도에 이어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재하려고 했던 사도광산을 누락시켰다고 하더라. 어쨌든 ’군함도‘의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들이 확실히 긴장하고 있구나 싶었으니까. 일본 정부에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는 반증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 영화로 왜곡 보도하는 행위는 참을 수 없었다“


“처음 영화를 만들 때부터 ‘이게 꽃길만을 걸을 것이다’단 생각을 안 했다. 쉽지 않겠다란 생각을 먼저 했다. 이런 논쟁이 불 붙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것 같다. 관객의 반응은 존중할 수 있는데 일본 쪽에서 우리 영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영화의 흥행을 떠나서 그 지점을 우리가 긍정적인 상황으로 봐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건강한 논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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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군함도의 숨겨진 진실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일본인 배우는 캐스팅할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이 왜곡하고 있는 군함도의 숨겨진 진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 만큼 일본인 역에 일본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 일본 에이전시를 통해 캐스팅을 시도했지만 결국 일본인 배우의 캐스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자국 내 활동을 계속 해야 하는 일본 배우들이 군함도 출연에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오랜 캐스팅 작업 끝에 배우 김중희가 일본인 ‘야마다’ 역에, <박열> <동주>에서 인상적인 일본인 연기로 주목 받은 재일교포 3세 배우 김인우가 일본인 광업소 소장 ‘시마자키 다이스케’ 역에 캐스팅되었다.

“영화 처음 캐스팅 단계부터 일본인 배우들을 캐스팅 하려고 했는데, 배우들 손에 전달이 안 됐다. 우익들에게 받는 불이익 때문에 아예 전달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류승완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류승완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군함도’를 둘러싼 쟁점...“역사 왜곡· 선동 영화 아니다”



’역사 왜곡‘ 논란은 국내에서도 불거지며 ‘군함도’를 둘러싼 쟁점은 더욱 뜨겁게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가슴 아픈 근대사를 다룬 역사극인 만큼 유독 ’군함도‘를 향한 칼날은 날카로웠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 한국과 일본을 선과 악,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았다. 친일파 조선인의 무자비한 행동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음은 물론 식민사관 조장 영화라는 의견까지 더해졌다.

“일본의 제국 식민주의 통치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그 시대에 친일부역자를 다루지 않는다는 건 반쪽만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선동 영화만 그리는 건 너무 쉬울 수 있어요. 이제 영화가 개봉됐으니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만약 친일을 처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면, 관객들의 반응이 어땠을 것 같나.

출연한 배우 중에 누가 반전의 키를 쥔 친일파인지를 찾는 데에만 집중했을 거다. 적어도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진 그 부분을 숨겨 두고 싶었다. 왜냐하면 군함도의 배경을 인지하기도 전에 그 부분이 공개되면, 친일 캐릭터를 찾을 것 같았고, 그럼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친일에 기생하는 이들이 영화 속에서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를 봐주셨으면 해요. ”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으로 등장하는 송중기가 촛불을 들고 결의를 다지는 장면 역시 지난 광화문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의도된 설정 아닌가?’라는 의견에 류 감독은 “명백하게 의도한 바는 아닙니다. 저희 촬영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촛불 정국이 펼쳐졌다. 우리 영화 보고 말이 나오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폭격을 맞아 전기가 다 끊긴 그 상황에서 초를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세팅일 뿐 설정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으로 등장하는 송중기가 출연한 ‘군함도’의 한 장면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으로 등장하는 송중기가 출연한 ‘군함도’의 한 장면


오히려 류 감독은 중세 유럽 회화 혹은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어떤 영웅의 행위보다 조선인들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이 중요 포인트였다고 지적했다.

“탈출을 결의할 때, 박무영(송중기 분)이 불씨를 지피지만, 처음엔 누구 하나 동조하지 않아요. 그 뒤에 난상토론이 벌어지는거죠.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나약해보이는 소년이 ‘가겠다’고 말했을 때입니다. 쟤도 저런 결정을 하는데 스스로가 들고 일어나는 거죠. 저에겐 어떤 영웅의 행위보다 그게 중요했어요. ”

영화는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대규모 탈출극으로 막을 내린다. 호불호가 갈린 결말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영화 속에서라도 이 분들을 집에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선인 노동자 400명이 집단 탈출하는 결말은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허구이다. 상당히 민감하고 불리할 수 있는 선택인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군함도’의 결말에서 영화 내내 억눌렸던 조선인들의 감정을 폭발시키고 싶었다. 일종의 영화적 쾌감을 통해 말이다. 억울함과 고통 속에서 죽어갔던 역사 속의 조선인들을, 영화를 통해 탈출시키고 싶었다. 이 부분을 역사 왜곡으로 바라보는 관객 분들이 있다면 영화를 보신 후에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바람이다.”

류승완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류승완 감독 /사진=조은정 기자


◆ “‘군함도’는 류승완의 통제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군함도’는 220억 규모의 대작 영화이자.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주역들은 물론 수 백명의 조단역까지 온 힘을 모아 만든 영화이다. 류 감독은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 란 설명은 말도 안된다. 우리 모두의 군함도이다”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에게 감사의 마음을 돌렸다.

“이 정도 대규모 세트에 이 정도 인원을 통제한 영화는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 하다.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제 평생 앞으로 또 할 수 있을까 싶다. 왜냐하면 제가 연출하는 범위가 너무 넓었던 현장이었다. 워낙 넓고 사람이 많다보니 말이 전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소리를 질러도 안 되니 (그나마 감독과 근접거리에 있는)앞에 배우가 뒤에 있는 배우들에게 전달 또 전달 하는 식이었다.

이 영화는 절대 저의 통제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를 만든 모든 사람들의 책임감이 굉장히 특별했다.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극중 역할에 맞게)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촬영했다. 환쟁이로 나온 배우 윤경호는 30킬로를 감량 해서 중반 이후엔 얼굴을 몰라봤을 정도이다. 딴 사람이 돼 있었으니까. 단순히 이 영화에 출연해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거다. 그걸 넘어서는 어마 어마한 규모에서 한 마음이 돼서 같이 만들어간 영화가 바로 ‘군함도’ 이다.

웬만한 제작보고회에선 ‘열심히 찍었으니까 좋게 봐주세요’ 말하는데, 저희는 누구 하나 그런 말을 못했다. 그 당시 강제 징용 가신 분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편한 것 아닌가. 우린 ‘컷’ 하면 허리라도 필 수 있고, 숙소라도 돌아갈 수 있지 않나. 힘든 순간들이 올 때마다 우리 피디가 지나가는 말로 ‘그 때 징용 가셨던 분들 어떠셨겠어요.’란 말을 했다. 그 말 그대로 다들 마음과 마음을 모아 만들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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