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정두환의 집과 사람] 8·2 부동산대책과 강남 집값

강남 집값엔 신분상승 웃돈 포함

규제만으론 통제 못할 가능성 커

"비정상적 가격"이라 비난하지만

"강남에 살고 싶다" 욕망도 커

현상에 대한 치유는 대증요법

강남 족집게 학원 찾아 다니는

잘못된 교육 현실 바로잡아야



정부의 주택시장안정대책(8·2대책) 발표 이튿날인 지난 3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브리핑은 참여정부 첫해인 지난 2003년의 데자뷔를 보는 듯 했다. “어떤 경우든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강남 집값에 대한 공개적인 선전포고로 해석하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에서 강남은 ‘강의 남쪽’이라는 일반 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이 한강 이남에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는 이중 강남·서초·송파구 단 세 곳만을 ‘강남’이라 부른다.


3개 구를 합친 강남의 면적(2015년 기준)은 서울 전체의 20%가 채 안된다. 인구 비중은 16.8%. 주거의 질만 따지고 본다면 강남은 단점 투성이다. 하루 종일 도로는 꽉 막혀 정체 상태고 똑같은 상품인데 물가는 훨씬 비싸다. 기름값이 싼 것도 아니고 인구밀도도 서울 시내 최고 수준이다. 심지어 공기 질은 서울 시내에서도 최하위권이다. 기자가 지난 3일 서울시의 대기환경정보 사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한 강남구의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도심인 종로구보다 높았고 구로구에 비해서는 60% 이상 공기 질이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를 쓰고 강남 입성을 꿈꾼다. ‘만약 당신이 로또에 당첨된다면’란 질문을 받는다면 열에 아홉은 “우선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겠다”고 답할 것이다. 최소한 40~50대의 중년층에게 ‘강남’은 곧 성공, 부(富)라는 단어와 동의어다. 우스갯소리로 주부들 사이에 친구의 거주지를 부르는 방법은 딱 두 가지다. ‘강남 사는’ 친구와 나머지다. 강남에 살던 친구가 갑자기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대부분은 부정적 추측이다.


이 때문에 강남은 애증의 대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집값이 비정상적이라고 비난하지만 정작 마음속 한구석에는 ‘나도 강남에서 한번 살아 봤으면’ 하는 이중성이 자리 잡고 있다. 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간절히 원하는 곳이다. 강남 집값이 치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수현 수석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비상식적’인 강남 집값에는 신분상승·성공에 대한 욕망이라는 웃돈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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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대책이라는 융단폭격이 정부 의도대로 시장에 먹혀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매수심리 위축에 따른 거래절벽이 최소 1년은 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참여정부 5년 내내 적어도 열 차례 이상 단계적으로 내놓았던 대책들을 이번 8·2 대책은 한꺼번에 쏟아냈으니 시장이 동요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정부조차도 섣불리 시장을 이겼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강남 집값은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욕망이 가격으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욕망을 억눌렀을 뿐 언제든 강남 집값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상에 대한 치유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이제 진짜 원인을 찾아 메스를 대야 한다. 잘못된 교육 제도만 바로잡아도 강남 집값 거품을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학 입학을 위해 학원으로 몰려가 면접·토론하는 법을 배우고 자기소개서·봉사활동까지 컨설팅 받아야 하는 교육 현실이 서민들마저 빚 내서 강남으로 몰려들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다. 한달 수입의 4분의 1을 자녀 사교육비로 쏟아붓고도 모자라 입시 철이면 강남에 몰려 있는 족집게 학원을 찾아 다니도록 내모는 교육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강남 집값과의 전쟁은 결코 끝날 수 없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정두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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