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헌책방축제]"다리밑서 책 읽으며 더위 잊어요"

서울시 '헌책방 축제' 인기

소설책서 LP 음반까지

다양한 고전 물품 판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마포대교 남단의 서울색공원에서 열린 ‘다리 밑 헌책방 축제’에서 시민들이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송은석기자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마포대교 남단의 서울색공원에서 열린 ‘다리 밑 헌책방 축제’에서 시민들이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송은석기자


“올 여름엔 시원한 마루에서 대하소설 한 번 읽어보려고요.”

김지민(27)씨가 빨간 끈으로 묶은 조정래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 10권을 양 손에 들어 보였다. 김씨는 올해 휴가를 떠나지 않는 대신 ‘방콕 필수아이템’으로 소설을 골랐다. 4만7,000원에 책을 17권이나 샀다는 윤씨는 “너무 무거워 택시를 타야겠다”면서도 책을 양손 가득 들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5일 오후 6시, 서울시 영등포구 마포대교 남단의 서울색공원에서 열린 ‘헌책방축제’는 이른 저녁에도 50여명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판대엔 한때 유명세를 탔던 소설책과 인문학도서, 건강지침서, 미술전집, 영어원서에 LP판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전 물품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어린이들은 공원 가운데 놓인 천막의자에 누워 책을 읽고 직장인들은 길거리음식을 손에 들고 책 사이를 거닌다. 이들은 “향수도 느낄 겸 싼값에 책도 살 겸 먼 곳에서 찾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자칭 ‘헌책방 마니아’라는 윤영빈(58)씨도 이날 3만원 남짓에 책을 한아름 샀다. ‘목민심서’, ‘삼국유사’ 등 헌책일수록 멋이 나는 고전들이다. 윤씨는 “대학생 시절 헌책방에서 김지하 선생의 ‘오적’을 발견한 뒤로 헌책방은 늘 보물창고처럼 느껴진다”며 “싼값에 이런 책들을 살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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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색공원에서 열린 헌책방축제를 방문한 시민이 아동용 도서를 둘러보고 있다./신다은 기자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색공원에서 열린 헌책방축제를 방문한 시민이 아동용 도서를 둘러보고 있다./신다은 기자


헌책을 읽으며 유년 시절의 향수를 느끼는 이들도 있다. 황경옥(60)씨는 ‘먼나라 이웃나라’, ‘삼국지’ 등 고전만화를 손에 들고 “서른 두 살 된 내 아들도 어릴 때 읽었던 책인데 아직도 남아 있다니 신기하다”며 반가워했고 대학생 오은경(24)씨도 어릴 적 좋아했던 ‘그리스로마신화’를 넘겨 보며 추억에 빠졌다.

한편 서점 간 책 종류가 겹치고 양질의 서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직장인 김준호(29)씨는 “좋은 책이 빠질까 봐 서둘러 왔는데 막상 오니 처세술, 건강 관련 서적들이 많고 교양서적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심정주(57)씨도 “아이 둔 부모들이 많이 와선지 손때 묻은 소설책은 적다”고 말했다. 헌책방 주인 안모(61)씨는 “축제에 참여하면 운송비와 식대비, 인건비만 해도 30만원씩 들다 보니 당장 팔릴 책만 들고 오는 게 현실”이라며 “경영난에 허덕이는 책방 주인에게 책 구성 다양화나 가판대를 꾸미는 등의 투자는 늘 어려운 숙제”라고 전했다.

헌책방축제는 오는 1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오는 12일에는 ‘휴먼라이브러리: 헌책의 새날’이라는 주제로 강연도 열린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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