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이 6일(현지시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나란히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대응해 한국 정부가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강력 항의했다.
왕 부장은 마닐라의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강 장관과의 회담에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는) 개선되는 양자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사드가 ICBM을 막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한국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내 생각에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매우 분명하다”며 “그래서 우리는 ‘왜 이렇게 빨리 사드를 배치했는가’라는 데 많은 의문점을 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이 안보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안보와 관련한 한국의 관심사가 중국의 불안요소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나 강 장관에게 물은 것은, 만약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느냐와 한국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진지하게 생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의 사드 배치가 미국 MD 편입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는 인식을 나타낸 발언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강 장관은 왕 부장의 항의에 대해 “위험의 레벨이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사드 배치는 방어 차원”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강 장관은 “양국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며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장시간에 걸쳐 심도 있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특히 사드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를 했다”고 회담 내용을 전했다.
/마닐라=류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