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모이드 곡선(sigmoid curve)이라는 것이 있다.
생물의 생장을 시간에 따라 측정해 그래프로 표시한 곡선이다. 생물의 생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하거나 여러 생물 사이의 생장을 비교할 때 사용된다. 흥미로운 점은 생물의 생장뿐 아니라 제품의 수명, 기업의 성장, 국가의 흥망성쇠 등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S자 형태의 커브를 그린다는 점이다. 얼음이 기화할 경우 처음 열을 가할 때는 상태 변화가 잘 나타나지 않다가 특정 온도가 넘어서면 변화 속도가 빨라진다. 소문이 처음에는 잘 안 퍼지다가 어느 순간에 쫙 퍼진다. 전염병이 처음에는 특정 지역에만 머무르다 어느 시점에 방어선이 무너지며 여러 지역으로 급속하게 퍼진다.
주식 시장 역시 비슷하다. 어떤 기업이 턴어라운드를 시작해 실적이 개선되는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주가는 초기에 별로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직 많은 투자자들이 인지를 못하기도 하고 신뢰도가 낮으므로 소수 투자자들만 매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실적이 지속적으로 더 개선되고 이런 사실이 증권사 리포트나 뉴스에 등장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면 많은 투자자들이 매수에 가담해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 뒤로는 호재의 강도가 조금 더 세지더라도 주가가 별로 반응하지 않는 국면에 진입하며 오히려 호재가 나오더라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 시장의 주도주는 정보기술(IT)과 은행이었다. 두 업종 모두 업황 부진으로 수년간 이익이 정체됐고 투자자의 관심은 낮았으며 그 결과 주가도 부진했다. 반대로 지금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양호한 펀더멘털을 알고 있으며 포트폴리오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적인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물론 IT와 은행 업종의 좋은 업황이 향후에도 지속되고 주가도 조정 후 다시 상승세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하반기 증시는 상반기와는 다르게 좀 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한다. 포트폴리오 운용에서 특정 업종이나 종목의 비중이 너무 높지는 않은지, 개별 기업의 수급도 특정 주체에 쏠려 있지 않은지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