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회심의 카드로 데려온 다르빗슈 유가 부럽지 않았다.
일본의 에이스 다르빗슈가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다저스 데뷔전을 치른 지 이틀 만. ‘한국판 고질라’ 류현진(30·다저스)이 다르빗슈와 맞먹는 특급 피칭으로 선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뉴욕 시티필드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원정에서 7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를 선보였다. 시즌 네 번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이자 2경기 연속 무실점. 2연속 무실점은 지난 2014년 4월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볼넷과 몸 맞는 볼은 아예 없었다. 다르빗슈의 7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았다. 다저스의 8대0 대승으로 50일 만에 시즌 4승(6패 평균자책점 3.53)째를 거둔 류현진은 “다르빗슈는 굉장히 좋은 선수다. 저로서도 더 집중력 있게 경기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지금처럼 계속 아프지 않고 던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초구부터 마지막까지 매우 공격적이었다”며 만족해했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3.19점에 그쳐 가장 불운한 투수 중 한 명이던 류현진은 이날은 타선이 3회까지 5점을 뽑아주면서 모처럼 편안하게 던졌다. 1피안타 경기는 2013년 데뷔 후 처음. 2피안타 경기는 일곱 차례 있었다. 팔꿈치·어깨 수술 후 거의 3년 만에 돌아온 류현진은 후유증 탓에 시즌 초반 장타를 자주 허용했다. 전반기 14경기에서 홈런 15개를 내줬다. 그러나 직전 등판인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전(7이닝 5피안타 무실점)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 이날은 2루 베이스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출루를 단 한 차례로 막은 것도 데뷔 후 최초. 또 3경기 연속으로 홈런을 맞지 않았다.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을 포함,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류현진은 2014년 기록했던 자신의 18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깰 기세다.
직구부터 커터·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가 모두 흠잡을 데 없었지만 눈에 띄는 것은 ‘변형 슬라이더’로 불리는 커터다. 지난 등판 때는 85개 중 10개를 던졌는데 이날은 96개 중 무려 22개가 커터였다. 직구 다음으로 많았다. 류현진이 던지는 130㎞ 후반의 커터는 슬라이더보다 빠르고 스트라이크존 바로 앞에서 살짝 꺾인다. 올 시즌 새로 배운 구종이라 그동안은 여유로운 상황에서 볼카운트를 잡는 데 주로 사용했지만 이날은 삼진을 뺏는 승부구로도 두 차례나 썼다. 수술받은 어깨에 대해 “완벽한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인 류현진은 “구속보다 제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오늘 경기에서도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오는 13일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서 2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