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부자감세 여론) 잡으려다 초가삼간(배당확대 분위기) 태우는 격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거꾸로 간 배당정책에 투자자들이 허를 찔렸다. 지난 2014년 말 3년 기한으로 도입한 배당소득세제의 혜택이 ‘고소득자 배 불리기’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올해 사업연도를 끝으로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주친화 정책 기조에 배당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고배당주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배당주를 보유하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이 상장사들의 낮은 배당성향을 끌어올린 긍정적인 효과에도 정부가 부자 감세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성급하게 제도를 폐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서 고배당기업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배당소득증대세제)를 예정대로 올해 말 일몰하기로 하면서 증권사에 고배당주의 투자 실익을 따져 묻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말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근로소득증대세제 등과 함께 도입한 가계소득 증대 3종 세트 가운데 하나다. 국내 상장사의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 등 요건에 부합한 고배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깎아주고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는 다음 연도 종합소득세 신고 시 5%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배당소득세제가 도입될 당시만 해도 코스피는 장기 박스권에 머물던 상황이었다”며 “제도 도입의 주목적은 배당을 통한 가계소득 증대였지만 오랜 기간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낮은 배당 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정책의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배당소득세제는 국내 증시에서 배당 확대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인 코스피 상장사의 현금배당액은 지난해 말 최초로 20조원을 돌파했다. 2014년 조사대상 전체 상장사(729곳) 중 66%(481곳)였던 현금배당 기업 수는 지난해 말 조사대상 상장사(725곳)의 72%(522사)까지 늘었다. 2015년 현금배당을 실시한 기업 가운데 95%가 지난해에도 연속 배당을 실시했다. 코스닥시장도 현금배당총액이 2014년 9,857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2,615억원으로 늘었고 배당기업 수도 459곳에서 502곳으로 증가했다. 시장에 배당 분위기가 퍼지면서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2015~2016년 코스피의 배당수익률은 2년 연속 국고채(1년 만기) 수익률을 웃돌기도 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3~2015년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이 크게 늘어난 것은 배당소득증대세제나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배당확대 기여에도 정부가 배당소득세제의 일몰 카드를 접지 않은 이유는 부자 감세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이다. 세제 감면이 고배당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주식 부자나 외국인의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이 세제를 통한 세제혜택의 59%(7,700억원)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돌아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상장사로의 배당 확산이라는 낙수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전 정부의 색깔 지우기와 새 정부 색깔 맞추기에 급급한 결정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더욱이 이번 결정으로 최근 시장의 이슈로 부각된 배당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비율)은 19%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속한 국가 평균(40%)의 절반 수준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배당성향이 가장 낮은 국가인데 배당확대에 대한 세제혜택이 줄면 기업들의 배당확대에 대한 유인은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