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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색채과학과 TV 화질

곽영신 울산과기대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곽영신 UN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1등성 별의 밝기는 6등성보다 100배 정도 더 ‘밝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람 눈으로 그만큼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1등성은 6등성보다 100배 더 많은 빛을 지구로 보내고 있다는 의미지 사람 눈으로 봤을 때 100배 더 밝다는 의미는 아니다. 빛의 양과 사람이 인지하는 밝기는 일치하지 않으며 사람이 인지하는 빛의 밝기는 주변 여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먼지도 없고 불빛도 드문 시골 밤하늘에서는 두 별의 밝기 차이를 매우 크게 느낄 수 있지만, 도시의 밤에서는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환경에 따라 색을 다르게 인식하는 인간의 시지각 특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을 색채과학이라고 한다. 대부분 색채과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겠지만 색채과학은 의외로 생활 가까이에서 활용된다. 최근 한 글로벌 TV 회사는 퀀텀닷을 적용한 자사 TV 화질의 우수성을 ‘컬러볼륨’이라는 용어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데, ‘컬러볼륨’이라는 것은 TV가 색을 얼마나 풍부하게 표현하는 가를 수치화한 것으로 색채과학을 기반으로 한 화질 평가 지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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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TV로 돌아가 보면, 그간 TV 화질 역시 별의 등급처럼 사람의 눈이 인지하는 밝기가 아니라 빛의 양에 기반한 수치로 평가돼 왔다. 최대 휘도, 무한대의 블랙, 높은 명암비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항목들도 중요한 지표이긴 하나 디스플레이의 화질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청 환경이 고려된 기준이 필요하다. 극장과 같은 암실 환경에서는 어두운 화면의 디테일을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의 표현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밝은 환경에서는 이와 반대로 어두운 영상의 미세한 디테일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을 10배 더 어둡게 표현하는 것보다는 밝은 부분을 2배 더 밝게 표현했을 때 화질의 차이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색채과학에 기반한 평가 지표다. ‘컬러볼륨’이라는 용어가 TV의 화질을 나타내는 용어로 새롭게 부상하기 시작한 것처럼 향후 더욱 정확하게 화질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개발되고 이를 통해 TV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화질 정보가 제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곽영신 울산과기대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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