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7시58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가 연결됐다. 통화개시 예정보다 2분 빠른 시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은 준비가 다 됐다고 해 두 정상 간 대화시간이 앞당겨졌다고 한다. 우리 측만큼이나 미국 측도 현안에 대한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전에 주제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화는 자연스럽게 대북 문제 등으로 흘러갔다. 지난 7월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 이후 두 정상 간에 이뤄진 첫 공식 대화였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이미 문 대통령 취임 후 5월10일의 최초 통화와 6월 말의 백악관 만찬 및 단독·확대 정상회담 등 세 차례 접촉을 통해 총 3시간40분가량을 소통했다. 따라서 “두 정상이 서로 생각하는 바를 다 안다”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 방위력 향상을 위해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지원을 당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화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 대화를 시도해봤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때까지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북측에 제안했던 대화(남북 적십자회담 및 군사회담 추진)의 본질은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조치이거나 우발적 남북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대북 핫라인 복원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한미 간 공조의 견고함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북한 핵 및 미사일 추가 도발이 이뤄질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미국에서 최근 공론화되고 있는 대북 선제공격론(일명 ‘예방적 타격론’)과 이에 따른 8월 위기설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북한 핵 문제를 궁극적으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평화적·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예방적 타격론 같은 군사적 옵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조건이 맞는다면 북한과 앉아 미래에 관해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외교적 해법에 좀 더 무게가 실리게 됐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최상의 신호에 대해 ‘미사일 시험 중단’을 꼽기도 했다.
그럼에도 8월 위기설의 불씨가 남은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8월 말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전후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고조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4시부터 23분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도 전화통화를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를 가하자는 데 대해 문 대통령에게 공감을 표시했다. 또 한일 셔틀외교의 일환으로 문 대통령의 방일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셔틀외교 활성화를 위해 실무적으로 서로 편리한 시기에 조율하자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오는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병권·박형윤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