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투자처 잃은 슈퍼리치, 이색펀드에 꽂혔다

저금리 장기화·슈퍼 증세 예고에

예술품·인프라 등 대안투자 각광

최소 가입금액 5억 아트펀드

하루만에 350억 조기 매진



저금리 장기화에 슈퍼 증세까지 예고되면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자산가들은 ‘그들만의 리그’인 이색 사모펀드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 5억원 이상의 사모펀드는 최근 은행 VIP 창구에 나오자마자 완판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이 증권사와 손잡고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 미술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판매에 나선 결과 최소 가입금액이 5억원임에도 350억원이 조기 완판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펀드 만기 역시 3년으로 짧지 않은 투자에 가입금액도 최소 5억원 이상으로 잡았지만 하루 만에 조기 매진을 기록했다.

예술품뿐 아니라 선박·항공기 등 인프라에 이어 탄소배출권과 같은 특별 자산에 투자하는 이색 사모펀드에 투자처를 잃은 자산가들의 돈이 몰리고 있다. 기존에는 사모펀드가 주로 주식·채권형에 집중됐으나 이 같은 대안투자가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예술품 사모펀드의 경우 기존에는 예술품 투자를 화랑 등에서 비공식적으로 해왔다면 이번 아트펀드는 공식적인 대안투자 상품”이라며 “상품을 내놓을 당시에는 생소한 예술품 투자라 반신반의했는데 하루 만에 350억원이 조기 매진되면서 대체투자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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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공모펀드는 1.9%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사모펀드는 두 배가량 높은 3.7%를 올렸다. 자산가들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지난해 사모펀드 설정액(250조원)은 처음으로 공모펀드(212조원)를 추월하기도 했다. 이색 사모펀드 인기에 힘입어 특별자산 사모펀드는 지난해 2월 4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1년여 만에 50조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특별자산 사모펀드는 증권과 부동산을 제외한 항공기·예술품·선박·지하철·광산·지식재산권·탄소배출권 등 특별자산에 펀드 재산의 50%를 넘게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뿐 아니라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의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도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실적 호조를 보여 주가가 지속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절세 효과도 더해진다. 해외 주식의 경우 1년 수익금을 합산한 양도차익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만 양도소득세 자체는 누진제인 종합소득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최근에는 절세를 위해 해외 자산 비중을 높이는 자산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주식형펀드, 브라질 국채와 같은 해외 자산이 PB센터에서 추천 받는 비과세 상품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해 2월 도입된 해외 주식형펀드는 올해까지만 가입할 수 있어 판매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A은행의 한 PB는 “기존에는 국내와 해외 자산을 8대2나 7대3 정도로 운영했는데 이를 더 높일 수 없느냐는 문의가 많다”면서 “국내 증세에 대비해 해외 쪽으로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부동산 보유세 관련 제도 개정도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어 당분간 부유층의 자산관리 셈법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측의 설명이다. /김보리·김기혁기자 boris@sedaily.com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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