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20여년 만에 베트남에서 생산 공장을 짓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베트남 하이퐁시 트란두 공업지대 내 편광판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달 말 베트남 정부로부터 생산법인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번에 설립한 LG화학의 편광판 생산 법인은 지난 4월 완공한 LG디스플레이의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장이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가면서 이 공장에 공급할 편광판을 후처리 생산하게 된다.
이번 생산 공장 설립으로 LG화학은 22년 만에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다시 확보하게 됐다. LG화학은 1995년 베트남 동나이성 고다우 공업단지에 디옥틸프탈레이트(DOP) 생산법인인 ‘LG화학 베트남 법인’을 베트남 정부와 합자로 세웠지만 그 후로는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LG화학 관계자는 “베트남에 완공된 LG디스플레이 생산공장에 편광판을 납품하기 위한 생산법인”이라며 “LG디스플레이에 편광판 공급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설립 초기인 만큼 투자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의 모듈 조립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에 편광판 생산 공장을 함께 설립하고 있는데 이들 법인 역시 초기 자본금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내 LG화학의 최대 생산 기지인 난징 정보전자소재 공장 역시 초기 자본금은 60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총자산 2조원이 넘는 생산 기지로 성장했다.
LG화학은 전 세계 20여곳에 달하는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난징과 톈진 등 중국 내 생산기지가 가장 많으며 미국·인도·폴란드·베트남·타이완 등에 생산 공장이 들어서 있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의 규모보다는 LG화학의 편광판 생산 공장이 베트남에 들어섬에 따라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서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LG화학으로 이어지는 디스플레이 생산의 수직 계열화가 완성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중국에 이어 베트남을 주목하며 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LG전자 역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계열사의 성장에 따라 LG화학의 베트남 투자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효성과 코오롱 등 국내 화학 기업들이 일찌감치 베트남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1990년대 초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한 LG화학은 상대적으로 활동이 뜸했다”며 “LG그룹이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주목하는 데다 최근 중국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양질의 노동력, 중국과 동남아 진출의 용이성 등으로 베트남이 부상하는 만큼 앞으로는 상황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