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과정에서 여배우에게 폭언하고 노출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기덕(57) 감독을 두고, 영화·여성단체들이 “영화계에서 연출·연기·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8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우의 감정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이는 연출이 아닌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촬영 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이라며 “끝도 없이 반복돼 온 영화업계의 폭력적인 노동환경 등 뿌리 깊은 인권침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여배우가 누구인지, 왜 4년이나 지난 시점에 고소를 진행하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이 사건의 본질인 영화인의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을 방해하고 있다”며 “추측성 보도와 피해자 신상 파헤치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의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도 촉구했다.
공대위는 여성영화인모임 등 136개 단체·기관과 공동변호인단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공대위는 이날부터 9월 7일까지 한 달간 영화·문화예술계 성폭력 등 인권침해 신고를 받는다.
앞서 지난달 26일 여배우 A씨는 김 감독을 폭행·강요·모욕·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A씨는 2013년 ‘뫼비우스’ 촬영 중 스태프들이 보는 앞에서 김 감독으로부터 뺨을 맞고 폭언을 들었으며,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장면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입장자료를 통해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연을 보이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면서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