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자체 제작사 야심 엿보인 넷플릭스의 첫 기업 사냥

킹스맨·주피터스서클·원티드 등

지재권 보유한 영국 출판사 M&A

외부 계약에 의한 사업모델 한계

자체콘텐츠 확보에 눈독 들인 듯

밀러월드의 ‘킹스맨’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밀러월드의 ‘킹스맨’ 영화 포스터 /위키피디아


온라인 DVD 대여업체로 출발해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려온 넷플릭스가 창사 20년 만에 첫 인수합병(M&A)을 단행했다.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품에 안은 회사는 ‘킹스맨’ 등으로 알려진 영국 만화책 출판사 밀러월드다. 이번 M&A로 넷플릭스는 단순투자를 통한 스트리밍권 확보를 넘어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자체 제작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새 야망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날 인수 사실을 발표하고 “밀러월드와 함께 새로운 영화·TV시리즈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넷플릭스는 인수가를 밝히지 않았지만 WSJ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5,000만~1억달러(약 562억~1,120억원)에서 계약이 성사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가총액이 780억달러에 달하는 넷플릭스의 첫 M&A로는 ‘스몰딜’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을 넷플릭스가 자제 제작사로 변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밀러월드는 ‘킹스맨’ 외에 ‘주피터스서클’ ‘킥애스’ ‘원티드’ 등 슈퍼히어로물·액션·공상과학(SF)·판타지에 걸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 회사다. 특히 ‘킹스맨’ ‘킥애스’ ‘원티드’ 등은 영화화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상업성을 인정받았다.

밀러월드의 ‘원티드’ 영화 포스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다. /위키피디아밀러월드의 ‘원티드’ 영화 포스터.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다. /위키피디아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밀러월드의 기존 작품과 앞으로 나올 창작물들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해 자체 제작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크 밀러 밀러월드 창립자는 마블에서 ‘어벤저스’ ‘캡틴 아메리카’ 등의 초기 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넷플릭스가 슈퍼히어로물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담당자(CCO)는 “(이번 계약으로) 밀러 창업자는 스탠 리 마블 명예회장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외부 제작사와 투자계약 등을 맺어 스트리밍권을 따내는 기존 사업모델이 가진 한계 때문이다. 외부 계약을 꾸준히 체결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다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해도 지재권이 없으면 캐릭터 상품 등 추가 수익원이 모두 제작사로 넘어가기 때문에 자체 제작을 노리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WSJ는 최근 제작사 사이에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기기보다 자체 스트리밍 채널을 구축해 직접 소비자와 접촉하겠다는 기류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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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넷플릭스 측은 이번 M&A를 “더 많은 지재권을 취득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진보’”라고 표현해 앞으로도 자체 콘텐츠 확보를 위한 기업 인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증권사 레이먼드제임스의 저스틴 패터슨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넷플릭스가 비교적 시장가치가 낮은 콘텐츠 기업들에 M&A를 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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