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더위가 맹위를 떨친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 한 근로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1.5m 높이의 사다리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살짝 흔들리는 사다리 아래로 각종 철근 자재와 공구들이 나뒹굴었다. 이 근로자는 “날이 푹푹 찌니까 안전모를 쓰고 있으면 더워서 일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안전모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3,042명이던 건설업 사고재해자 수는 2015년 3,289명, 지난해 3,55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전체 재해자의 81.8%가 안전 관리·감독 실태가 부실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해 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자가 서울 시내 소규모 건설현장 10곳을 둘러본 결과 안전모와 안전고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관리 실태가 부실한 곳이 9곳에 달했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상태가 이처럼 부실한데도 단속 권한이 있는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건설현장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시가 발주한 건설현장에만 국한돼 소규모 건설현장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정해진 안전 규정이 사고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근로자들의 안전 문제를 책임지는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는 공사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수가 50인 이상인 경우에 한해 의무적으로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부실을 단속하기 어려운 만큼 근로자 스스로 안전장비 착용이 사고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용수 안전보건공단 건설안전부 과장은 “건설현장에서 아주 높은 곳보다 1~2m 높이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많다”며 “안전모만 제대로 써도 건설현장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