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부패 추문에 휩싸인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또다시 퇴진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남아공 언론에 따르면 남아공 의회는 8일(현지시간) 오후 케이프타운 의사당에서 열린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비밀투표에 부쳐 찬성 177표, 반대 198표로 부결시켰다.
주마 대통령은 인도계 유력 재벌 굽타 일가와의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져 지난해 11월에도 불신임 위기를 맞았으나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압도적 지지 속에 무난히 비켜갔다. 2009년 취임 이후 주마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등 불신임 성격의 표결이 무산된 건 8번째다. ANC는 249석을 보유하고 있어 주마 대통령의 퇴진을 위해서는 여당에서 최소 50명의 이탈자가 나와야 했다.
주마 대통령은 흑백인종 분리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철폐, 남아공의 새 시대를 연 ‘국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으로부터 ANC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취임 전부터 무기 사업권을 둘러싸고 뇌물수수 의혹에 휘말리고 친구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의혹까지 사는 등 자질 논란을 빚었다. 그는 한차례 연임에 성공해 2019년에 임기를 마친다.
한편 주마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이고 부패 척결을 외쳐 온 프라빈 고단 재무장관을 경질한 뒤 자신의 측근 말루시 기가바 전 내무장관을 후임으로 임명했다.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 후 남아공 환율은 급격히 하락했고 투자자들의 우려도 한층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