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가량 됐을까. 열기구에 열을 가하자 22m 높이의 열기구가 지면과 수직으로 자리를 잡았다. 열기구에 올라타 하늘 높이 오르자 기압 차로 귀가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높은 고도로 긴장한 탓에 발에 땀이 차올랐지만 조종사가 틀어준 올드팝을 듣자니 고공비행에 대한 긴장감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어느새 2,000피트(약 610m)까지 올라온 열기구에서 내려다보는 치앙마이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높이 솟은 건물도, 분주한 일상도 찾아보기 힘든 고요함이 감돌았다. 세계적 휴양지이자 태국의 대표 관광지인 치앙마이의 장점은 하늘에서도 오롯이 전해졌다.
하지만 조망이 땅을 밟고 느끼는 감동만 하랴. 사람이든 도시든 너무 멀리서 바라보면 본질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특히 사람들의 온기와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 등이 살아 숨 쉬는 도시는 가까이 마주해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태국 제2의 도시이자 북방의 장미로 불리는 치앙마이 또한 그랬다. 그 도시의 땅을 딛고 돌아다니면서 느낀 감동은 하늘에서 바라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크기로 다가왔다.
치앙마이는 태국 내에서도 친절하고 치안이 좋은 도시로 꼽힌다. 두 손 모아 인사하는 현지인들과 있으면 관광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합장한 채 웃음을 짓게 된다.
치앙마이는 코끼리로도 유명한 도시다. 태국 최대의 코끼리 보호센터가 있는 치앙마이에는 치앙마이 코끼리캠프(Maesa Elephant Camp)가 있다. 캠프 입구에 ‘우리는 코끼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코끼리는 우리의 심장이다’라고 적혀 있듯이 이곳에서는 코끼리와 사육사 간의 소통을 중시한다. 서로의 교감이 깊은 만큼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어깨높이만 3m에 이르는 코끼리 등에 타고 캠프 내 길을 여행하는 트레킹 프로그램은 육지 최대 동물인 코끼리의 위용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비록 아프리카 코끼리보다는 작지만 등에 매달려 있으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트레킹뿐 아니라 코끼리의 높은 지능을 보여주는 쇼도 즐길 수 있다. 육중한 덩치로 축구를 하고 사육사와 어울려 재롱을 피우는 모습은 관광객들에게 더운 날씨를 잊게 해준다. 압권은 코끼리 페인팅. 코끼리가 긴 코를 이용해 실제 그림을 그리는데 코끼리가 그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 현장에서 완성된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완성된 작품을 마주하고 있으면 누구라도 “와”하는 탄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
코끼리 캠프가 태국의 전통 체험을 제공한다면 나이트사파리는 치앙마이의 현대적 동물체험이라고 볼 수 있다. 치앙마이 나이트사파리는 싱가포르 나이트사파리와 중국 광저우 나이트사파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성된 나이트사파리다. ‘사바나 사파리존’ ‘프레데터 프라울존’ ‘재규어 트레일존’ 이렇게 총 3개의 존에 150여종, 2,000여마리의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낮 동안에도 방문할 수 있지만 밤에 활동하는 야생동물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저녁에 가는 것이 좋다.
야시장도 치앙마이에서 밤에 즐길 수 있는 볼거리 중 하나다. 수많은 야시장이 치앙마이 곳곳에 있는데 나이트바자가 가장 유명하다. 각종 의류나 목각품, 고산족이 만든 수공예품을 살 수 있으며 가격이 싸기로 유명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이밖에 옛 란나 왕국의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인 만큼 시내 곳곳에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수많은 사원이 자리 잡고 있다. 란나 양식으로 1345년 건립된, 치앙마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원인 왕프라 씽,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왕치앙 만, 꽃정원 사원이라는 이름을 지닌 왓쑤언 독은 치앙마이의 독특하고 예스러운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관광명소다.
관광지에서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전시(Exhibition) 네 분야를 통틀어 지칭하는 MICE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매력도 도시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태국 북부 지방의 MICE 산업 허브인 치앙마이에서는 연평균 400여건이 넘는 MICE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치앙마이의 대표적 호텔인 포시즌·샹그릴라·베란다 등 수많은 호텔이 일반관광객뿐 아니라 MICE 관광객을 맞고 있으며 새롭게 지어진 컨벤션센터가 행사와 회의를 하려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치앙마이)=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