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연이은 부정부패 의혹에 따른 퇴진 위기에서 불사조처럼 살아남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지지기반이 크게 약화돼 주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CNN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남아공 의회가 실시한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투표는 찬성 177표, 반대 198표, 기권 9표로 최종 부결됐다.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의석은 전체 400석 가운데 249석으로 투표 결과에 비춰볼 때 최대 20여명의 ANC 의원이 반대 또는 기권에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 측은 이번 불신임 안건이 비밀투표로 진행된 만큼 ANC에서 이탈표가 50표 이상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주마 대통령은 결과 발표 직후 지지자들에게 “매우 감사하다”며 “다시 한번 우리는 ANC가 국민의 정당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에 따라 주마 대통령은 인도계 유력 재벌인 굽타 일가와 연루된 비선실세 부패 스캔들에도 집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지난 2009년 취임 이후 주마 대통령의 탄핵안을 포함해 불신임 성격의 표결이 무산된 것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지금까지 주마 대통령은 취임 전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거나 무기 사업권을 둘러싼 뇌물수수 등 숱한 의혹을 받아왔다. 재임 중에는 국고 유용 혐의도 받았다.
다만 dpa통신은 이번 선거를 거치면서 주마 대통령의 입지가 한층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주된 지지세력이라 할 ANC 원로의원들뿐 아니라 남아공무역협회 등도 그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NC 소속의 한 의원은 그를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지도자”라고 정면 공격하기도 했다. CNN은 “ANC 의원들은 이미 주마 대통령을 배제한 미래를 고려하고 있다”며 ANC가 오는 12월 주마 대통령의 후계자를 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마 대통령의 임기는 2019년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