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은 산업계의 가장 뜨거운 현안이다. 충분한 완충장치 없이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지난 2012년 초부터 논의가 시작된 근로시간 단축을 놓고 여야가 5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갑론을박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특별연장근로(1주일 8시간) 허용과 휴일근로 중복할증 등 완충장치 마련을 위한 세부 쟁점을 놓고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소위원장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여야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잠정 합의’ 소식을 언론에 발표했다가 결국 국회 통과가 무산된 전례는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이 얼마나 첨예한가를 그대로 보여준 단면이다.
여야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오는 2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을 위한 집중 심의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하태경 고용노동소위원장은 여전히 국회 통과 가능성을 낙관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 위원장은 “(최저임금과 법인세 인상 등) 반(反)기업 정책이 연쇄적으로 추진되면서 재계의 여건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자유한국당의 입장도 생각 이상으로 강경해 9월 정기국회 통과는 결코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속도조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월에 이미 큰 틀의 합의는 이룬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고 전하자 “그건 민주당의 생각이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 위원장은 특별연장근로와 휴일근로 중복할증 등의 쟁점과 관련해서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당은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법 적용의 ‘4년 유예기간’이 끝난 후에도 2년간 추가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유예기간이 종료된 즉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휴일근로 수당의 경우 한국당은 통상임금의 1.5배, 민주당은 통상임금의 2배를 각각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 위원장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되 할증률을 확 높여 (특별연장근로에 해당하는 근무 시간에 대해선) 통상임금의 2.5배를 지급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당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기업의 불가피한 업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하 위원장은 또 “근무 시간 규제의 범위를 하루 단위가 아니라 노사 합의에 의해 3개월, 6개월 등으로 넓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역시 보편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달 환노위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진=이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