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소방관을 위해 전문 상담 인력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0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임상병리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적인 상담 인력을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이들을 소방재난본부에 2년 계약직으로 두고 성과나 수요를 따져 필요 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시내 소방서를 돌며 정기·수시로 소방공무원을 만나 상담을 하고, 각종 ‘직업병’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올가을께 관련 항목이 반영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며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우선 1명이라도 채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연구팀이 소방관 212명을 대상으로 업무 중 겪은 트라우마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PTSS) 여부를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꼴인 34.4%(73명)가 관련 증세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PTSS란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겪는 악몽과 환경, 불면 등 정신적인 증상을 일컫는다. 행정안전부가 2014년 전국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3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 우울 장애, 수면 장애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은 소방청장이나 시·도 지사가 소방관의 건강 관리·상담과 정신 건강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의사 자격증이 있는 ‘소방보건의’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산을 이유로 해당 규정을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서울에는 소방보건의가 1명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를 ‘소방전문치료센터’에 위탁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서울의 경우 경찰병원에 관련 업무를 위탁했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은 경찰병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게 대부분이라 민간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실비 정산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시는 소방서마다 2명가량, 총 47명의 ‘동료심리상담사’를 둬 상담을 맡기도 있다. 이는 전문가가 아닌 심리상담교육을 받은 일선 소방관이 진행하는 일이라 전문성과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시는 경찰병원이 소방관의 업무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보라매병원과 서울의료원을 ‘119 안심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내년부터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소방 특화 전문 병원’을 운영해 소방관의 업무 환경을 고려해 ‘직업병’을 연구하고, 보다 체계적으로 소방관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취지다. 시 소방재난본부는 빠른 시일 내에 이들 병원과 업무협약(MOU)를 맺어, 내년부터 소방관의 정신건강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