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21학년도 수능 개편]'전면 절대평가' 부정적 여론에 후퇴…4과목 적용땐 國·數가 성패 좌우

"교육현장 혼란만 커질 것"…文 공약 강행서 신중론으로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 밑그림 완성 뒤 전환" 의견도

전과목땐 재수생에 기회 확보되지만 변별력 문제될 듯

11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 공약 이행 의지를 평가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펴낸 공약집 ‘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나라를 나라답게’에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도록 중장기 대입제도를 개편, 2015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수능은 절대평가로 추진’을 적시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현 정부 교육 공약의 입안자인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소신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에서 전 과목 절대평가 한 가지로 압축하지 못하고 일부 과목 절대평가(1안)를 추가해 두 가지로 제시한 것은 교육 공약 후퇴의 신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약 이행 의지가 강하다면 굳이 1안을 시안에 포함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안이 확정안, 2안은 들러리’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약 후퇴’ 논란 자초할 2개 안 제시 왜?=당초 전 과목 절대평가에 대한 김 사회부총리의 의지는 확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안 발표 전 교육부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 설명회에서 교육부는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시안에 포함된 두 가지 방안 외에 1학년 공통과목으로만 완전 절대평가를 실시하자는 파격적 안이 ‘빨간색’으로 적시돼 있었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김 부총리의 성향과 공약을 고려할 때 ‘1학년 공통과목·완전 절대평가’ 안이 유력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정작 시안에는 이 방안이 빠졌다.

청와대·부처 간 의견 조율 및 국회 설명 과정에서 전 과목 절대평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대두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제7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급격한 수능 개편’의 부작용을 지적한데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학부모의 반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이번 시안에서 빠진 ‘1학년 공통과목·완전 절대평가’ 안은 수능 시기를 고1 직후로 앞당겨야 하고 고2·고3 과정은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으로 인해 완전 ‘폐기’됐다.

2안인 고2·고3 과정을 포함하는 전 과목 절대평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정 협의 과정에서 ‘고교 교육과정이나 대학 서열화 등 교육 체제를 그대로 놓아둔 상태에서 수능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사교육 절감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교육 현장의 혼란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속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다음달 출범하는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 전환 여부, 국공립 통합 네트워크 구축 등 교육 정책의 밑그림을 완성한 뒤 그에 따라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했다.


다만 여론 수렴 과정에서 상대평가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쏟아질 경우 ‘2안’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교육계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장기적으로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 교육감 선거를 포함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교육부가 여론에 따라 방침을 뒤바꿀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관련기사



◇1안과 2안 장단점 뚜렷해=유력하게 거론되는 ‘1안(일부 과목 절대평가)’의 경우 상대평가로 남는 국어와 수학이 수능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학교생활 충실도와 진로교육을 강화하자는 수능 개편안의 취지는 퇴색되고 국어, 수학 중심의 편중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자 주요 대학들은 영어의 비중을 줄이고 상대평가로 남은 국어, 수학, 탐구과목의 반영 비중을 일제히 높였다.

반면 수능의 변별력 확보로 대학의 학생 선발이 쉬워지고 재수생의 재도전 기회가 확보되는 장점은 있다. “91점은 합격하고 100점은 떨어지는 현상(이낙연 총리)”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능 체제의 변화가 크지 않아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로 꼽을 수 있다.

전 과목 절대평가인 2안은 수능의 중요성이 감소하면서 학교생활의 충실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져 대학별 고사나 심층 면접이 부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수생과 검정고시생들의 재도전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현재 고1 학생들은 사실상 재수가 불가능해진다.

기존처럼 한 문제라도 더 맞추기 위한 경쟁은 줄어들겠지만 등급을 올리기 위한 사교육은 더 성행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도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의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2개 안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공청회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