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모든 국민 인간답게” 기초생보 수급자 90만명 늘린다

부양의무자 단계적 폐지 통해 163만명→2020년 252만명으로 확대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내년 10월부터 전면 폐지

생계·의료는 11월부터 22년까지 단계적 폐지

노인·중증 장애인 소득하위 70%만 해당...文 공약처럼 전면 폐지는 안 해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현재의 163만명에서 2020년까지 252만명으로 약 90만명 늘린다. 어렵게 살고 있지만 먹고 살만한 친족이 있어 지원을 안 해준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민 최저선(National Minimun)’을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문재인표 복지국가 건설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기초생보 수급자를 대폭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015년 ‘송파 3모녀’ 사건 이후 기초생보 제도를 대폭 확대했으며 향후 2년 안에 기초생보 종합계획을 발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것은 첫번째 종합계획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초생보 수급자가 대폭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 수급자는 163만명이지만 2020년까지 252만명까지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적어 기초생보 수급 자격은 되지만 부양의무자가 있어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에 달한다. 또 부양의무자 때문은 아니더라도 중위소득의 50% 이하가 되는 차상위계층도 51만명에 이른다.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이들을 기초생보 제도권 내로 흡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현재 중위소득의 43% 이하인 가정은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정부로부터 월세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10월부터는 부양의무자와 상관 없이 중위소득의 43% 이하만 되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이로 인해 90만명이 새롭게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계, 의료급여는 제한적으로 폐지된다. 일단 올해 11월부터 기초생보를 받는 가구와 부양의무자 가구 중 노인이나 중증 장애인이 있으면 부양의무자 제한을 받지 않고 기초생보를 받을 수 있다. 단, 부양의무자 가구가 소득 상위 30% 내에 있을 정도로 유복하다면 기초생보를 받지 못하는 단서를 뒀다. 이후 2019년 1월부터는 수급자 가구 특성과 상관 없이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 하위 70%인 중증장애인이 있다면 부양의무자 제한 없이 기초생보를 받을 수 있다. 2022년 1월부터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하위 70% 노인이 포함되면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게 된다. 복지부는 이로 인해 2020년까지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이 3만 5,000명, 의료급여를 받는 이가 7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부양의무자의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비율도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후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정책에서는 소득 하위 70% 이하인 가구만 부양의무자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배병준 복지부 복지정책관은 “전면 폐지할 경우 연간 10조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고 부양의무에 대해 국가가 완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도 5% 밖에 안 된다”며 “아직 전면폐지로 가기에는 이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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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했음에도 남아 있는 빈곤층에 대해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의절차 의무화로 2차 안전망을 만들기로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보 수급자에서 탈락한 생계지원 필요자에 대해 지방생보위 심의절차 의무화로 연간 10만 명을 보호할 계획이다. 또 심의 결과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음에도 부양을 하지 않았다면 부양비를 징수하는 것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렇게 빈곤층을 복지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는 것과 동시에 보장수준도 강화한다. 의료급여의 경우 수급자의 본인부담액 상한을 2종의 경우 연 120만원에서 80만원으로 낮춘다. 아동은 의료급여 대상 가정의 6~15세 이하가 입원할 시 본인 부담율을 현재 10%에서 3%로 낮춘다. 노인은 틀니 1종 본인부담율을 20%에서 5%로 낮추고 2종은 30%에서 15%로, 임플란트 1종은 20%에서 10%로, 2종은 30%에서 20%로 완화한다. 중증치매환자도 2종 입원 시 본인부담율이 10%, 외래는 15%였는데 5%로 내린다.

주거급여는 현재 중위소득의 43% 이하만 받을 수 있었는데 45%까지 확대한다. 지원액 역시 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상한액인 기준임대료를 내년 2.9%에서 6.6% 범위 내에서 인상해 실질적인 지원 체감도를 높인다. 교육급여는 2020년까지 최저교육비의 100% 수준까지 인상한다. 현재 부교재비의 경우 초등학생은 최저교육비의 31.4%, 중학생은 19.7%만 지원하고 있다. 이를 단계적으로 2020년까지 100%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빈곤탈출 사다리도 강화한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6년 이상 기초생보를 수급하는 가구가 전체의 48.4%에 이른다. 이에 자활일자리를 지난해 4만 5,000개에서 2020년까지 4만 9,500개로 늘린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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