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인건비 부담 너무 크다" 82%...최대 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 대기업 25곳 통상임금 패소 땐 8조 비용부담

통상임금 정의 입법화 절실

고정성 구체적 지침도 필요



최근 법원에 계류된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들이 패소할 경우 재계 전체에 막대한 비용 부담이 생기는 동시에 인력 운용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신규 채용 여력이 떨어지고 유사 소송이 잇따르는 등 기업 경영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정부와 사법부의 통상임금 해석 범위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고 통상임금 정의 규정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의성실의 원칙과 고정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아자동차·대한항공·두산중공업 등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송의 최대 쟁점은 ‘소급지급 관련 신의칙 인정 여부(65.7%)’라는 응답이 23개사로 가장 많았다. 10개 기업(28.6%)은 ‘상여금 및 기타 수당의 고정성 충족 여부’를 쟁점사항으로 답했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말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논란을 정리하면서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과거 소급분에 대해 당시 합의를 지키라는 신의칙을 적용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하급심 법원들은 원칙 없이 신의칙 법리를 적용하고 있어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신의칙이 쟁점이 된 이유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 묵시적 합의 내지 관행에 대한 불인정(32.6%)’ ‘재무지표 외 업계현황, 산업특성, 미래 투자애로 등에 대한 미고려(25.6%)’ ‘경영위기 판단시점(소송제기 시점 또는 판결 시점)에 대한 혼선(18.6%)’ 등을 꼽았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예상되는 피해로는 대부분의 기업(29개사)이 ‘예측하지 못한 과도한 인건비 발생(82.8%)’이라고 답했다. ‘인력운용 불확실성 증대(8.6%)’ ‘유사한 추가소송 발생(8.6%)’ 등을 우려한 기업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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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설문 대상 35개사 가운데 25개사가 통상임금 소송 패소 시 지연이자, 소급분 등을 포함한 비용 추산액을 밝혔는데 합계가 8조3,673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전체 인건비의 3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전체 인건비의 50%를 초과하는 기업도 4개사나 있었다. 당장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기아차만 해도 패소할 경우 3조원에서 최대 5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기아차의 연간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규모다.

기업들은 통상임금 소송의 원인으로 ‘정부와 사법부의 통상임금 해석 범위 불일치(40.3%)’ ‘고정성, 신의칙 세부지침 미비(28.4%)’ ‘통상임금 정의 법적 규정 미비(26.9%)’ 등을 거론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정의 규정 입법(30.4%)’ ‘신의칙, 고정성 구체적 지침 마련(27.5%)’ ‘소급분에 대한 신의칙 적용(27.5%)’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등에 대한 세부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신의칙 인정 여부를 따질 때도 관련 기업의 재무지표뿐 아니라 국내외 시장환경, 미래 투자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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