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머니께서 독립운동에 헌신하신 덕분에 아들과 함께 한국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됐습니다.”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국적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수여식에 참석한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1872~1933) 지사의 증손녀인 강분옥(60)씨는 아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만감이 교차했다. 아들 김림위(27)씨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앞으로 한국 땅에서 함께 살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강씨에 이어 올해 김씨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모자는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새 터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남 지사는 영화 ‘암살’에서 배우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독립운동가다. 1919년 3·1운동 참가 후 만주로 망명해 무장독립운동단체 ‘서로군정서’에 참여했다. 1925년에는 서울에서 일제 총독 사이토 마코토 암살을 계획하다 미수에 그쳤다. 이후 만주로 돌아가 양기탁 등과 재만 독립운동단체의 통일 운동에 참여했다. 1932년 국제연맹 조사단에 손가락 두 마디를 잘라 쓴 혈서를 보내 독립정신을 호소하기도 했다. 1933년 일본의 만주국 대사 무토 노부요시를 처단할 계획으로 무기와 폭탄을 운반하다가 체포된 남 지사는 6개월간 고초를 당하고 석방된 뒤 같은 해 순국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결혼식이 있는 아들을 대신해 참석한 강씨는 “남 지사가 ‘여자 안중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나 국적 취득 전까지 증조할머니가 독립유공자인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머니에게 받은 ‘남자현 여성인생’이라는 책에서 남 지사의 삶을 알게 됐다고 설명하다 눈시울을 붉혔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이었으나 가난 때문에 제대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1996년 당뇨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회상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날 남 지사의 후손인 김씨를 비롯해 김규면 장군의 후손 2명, 이승준 선생의 후손 1명 등 독립유공자 후손 25명에게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수여식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번영은 독립유공자 등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적인 노력의 산물”이라며 “앞으로도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우리 국적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