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최저임금 3조 지원위해...현금지원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서 제외

정부, 국가재정법 개정 추진

SOC 예타기준 500억→1,000억

나라 곳간 부실화 우려 커져

정부가 앞으로 현금을 주는 정책은 타당성 검증(예비타당성 조사)을 생략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3조원 지원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예타를 받아야 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기준도 50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나랏돈이 들어가는 사업의 검증을 헐겁게 하겠다는 뜻으로 재정건전성 부실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는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내고 “단순 소득이전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단순 이전사업은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개인·집단에 현금이나 현물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분 3조원 직접 지원’이 대표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사업 규모가 500억원이 넘는 현금 지원사업은 예타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 제한을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3조원 지원사업은 현 기준대로라면 예타를 받아야 하지만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바로 시행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기재부는 또 SOC 사업 중 예타를 받는 사업 기준금액도 1,000억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전체 SOC 사업 중 16%가량의 예타가 새롭게 면제된다. 역시 국가재정법 개정 사안이다.


이와 함께 예타 과정 중 하나인 AHP 제도 평가 항목별 가중치도 경제성은 낮추고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가중치를 높이기로 했다. 사회적 할인율은 5.5%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이는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할 때 미래의 비용, 편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기 위해 적용하는 할인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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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예타 기준 변경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정 철학에 맞춰 돈을 쓰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게 해서 낭비는 하지 않도록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체크 앤드 밸런스’ 과정이 있어야 국정 철학을 검증도 받고 나중에 부작용도 줄이며 논란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 이전사업의 예타 면제, 예타 금액기준 상향은 법 개정 사안이라서 국회 논의를 거치지만 재정을 풀어 생색내기 좋아하는 국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재정건전성을 깐깐히 따지던 기재부가 이번 정권 들어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정책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분 3조원 지원 등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재정확대 정책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분야 관계자는 “청와대·여당의 파워게임에 밀려 재정건전성을 걱정해야 할 기재부가 방어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종=이태규·김영필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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