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치킨게임’에 금융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설전’이 ‘실전’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며 11일 코스피지수는 2,300선마저 위협받았다.
코스피는 이날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전일 대비 39.76포인트(1.69%)나 하락한 2,319.71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6,49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나흘째 지수를 하락세로 이끌었다. 기관투자가들이 6,788억원을 매수하며 버팀목이 됐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은 11.70포인트(1.83%) 내린 628.34로 장을 마쳤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원50전 오른 1,143원50전, 원·엔 환율은 100엔당 12원5전 오른 1,043원21전으로 마감했다.
미국과 북한이 극한대치를 보이면서 10일(현지시간) 시장 공포지수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보다 무려 44.64%(4.93포인트) 급등한 16.04를 기록하며 지난해 11월의 미 대선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고가 충분히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북한을 향한 발언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어 그는 “북한이 가능하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북한에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북의 도발을 경고했다. 코스피의 VIX도 전일보다 14.56% 올랐다.
북미 간 ‘말폭탄’ 싸움이 임계점에 이르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며 한미 대응방안을 협의하는 등 완충역할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측은 한미 양국의 안보와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나갈 단계적 조치를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해나간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미국과 ‘투명하게 공조해나간다는 약속’을 이끌어낸 것은 최근 북미 간 신경전이 전면에 부각 돼 선제타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워싱턴발(發)로 나오고 있음에도 한국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손철 특파원, 김광수·박형윤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