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첫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팬텀싱어2’에서는 본선에 진출할 32명을 선정하기 위한 최종 예심이 펼쳐졌다. 시즌1과 마찬가지로 작곡가 윤종신과 윤상, 음악감독 김문정, 뮤지컬배우 마이클 리, 성악가 손혜수, 가수 바다가 프로듀서로 나섰다.
‘팬텀싱어2’는 대한민국 최고의 남성 4중창 그룹을 결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지난 1월 종영한 시즌1에서 성악, 뮤지컬, K팝 등 장르를 파괴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시즌2가 나왔고, 짧은 텀으로 인해 우려를 얻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더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참가자들이 무대를 꾸몄다.
1조부터 카리스마가 넘쳤다. 1조의 첫 번째 참가자는 뮤지컬 배우 최우혁.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주연을 맡으며 괴물 같은 신인이 나왔다는 평가를 들은 실력자였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I can’t recall’을 선곡해 떨렸을 텐데도 침착하게 무대를 마쳤다. 김문정은 “완벽하게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고 평했고 당당히 1조 합격자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두 합격자는 염정제와 권성준이었다. 우선 염정제는 함께 출연한 반주자의 창작곡 ‘위연가’로 도전했다. ‘위연가’는 반주자의 아버님이 세상을 떠날 때 어머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가사에 담은 노래. 윤상은 “하늘이 준 목소리로는 가장 좋은 톤을 가지고 있다”고 극찬했다. 윤종신 역시 “우리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이런 곡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흐뭇해했다.
대구 토박이 성악가인 권성준은 오페라 ‘잔니 스키키’의 아리아를 선곡했다. 스카프까지 활용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로 무대를 마쳤다. 이에 김문정은 “무대 장악력이 대단하다. 좋은 음색으로 연기 표현에 거침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손혜수도 “경연에서 이 곡을 들은 적이 없는데 왜 바리톤들이 그동안 안 불렀을까 싶다. 임팩트가 있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곧바로 2조 참가자들의 무대가 시작됐다. 2조에서는 조민규, 박강현, 최진호가 합격했다. 먼저 등장한 조민규는 희귀한 보이스를 가진 테너였다. 날렵한 음색을 가진 탓에 오페라에서 정해진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을 들었다고도 털어놨다. 그러나 무대를 본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밝았다. 특히 윤종신은 “희소가치가 있다. 크로스오버에 적합하다”고 칭찬했다.
2년 차 뮤지컬 배우 박강현은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의 넘버를 불렀다. 뮤지컬과 가요를 넘나드는 창법이 매력적이었다. 이에 윤종신은 “팝이나 가요 같은 저희 쪽 창법이 있어서 반갑다”며 “2년 만인데 이렇게 안정되게 부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3년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국내 공연 출연 배우이기도 한 바다는 “어려운 노래인데 편안하게 불렀다”며 “가창력과 비례하게 감정을 더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자칭 ‘시즌1의 성공한 덕후’라는 최진호는 낭만 보이스를 가진 테너였다. 슈베르트의 성악곡을 편안하게 소화해냈다. 김문정은 “노래를 부르는 순간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고 극찬했다. 손혜수 또한 “슈베르트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어려운 노래라 경연곡으로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편안했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2조까지 순조로운 진행이었다. 아쉽게 탈락한 참가자도 있었지만 3명을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3조부터였다. 모든 참가자가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가히 ‘죽음의 조’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다. 우선 성악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건너온 검증된 실력자들이 수준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3조 첫 번째로 등장한 김주택은 같은 참가자들이 왜 나왔는지 의아하게 여길 정도의 실력자였다. 동양인 최초로 오페라 메이저 극장 주연에 발탁될 정도로 이탈리아를 사로잡은 천재 바리톤. 김주택은 “오페라나 대중음악이나 관객이 없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 ‘팬텀싱어’를 통해 대중에게 노래를 알리고 싶었다”고 진솔하면서도 당당한 포부를 드러냈다.
시즌1을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는 김주택은 이탈리아 가곡을 선택했다. 참가자들이 ‘성악계의 공인’, ‘쇼미더머니의 비와이급’이라고 칭할 정도로 안정적인 무대였다. 윤종신은 “아 이거구나. 처음부터 달랐다. 한 곡을 감상했다”고 감탄했다. 손혜수 역시 “브라보”라며 “성악의 경지가 올라가면 얼마나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 극찬했다.
이어 독일 대학원생 김동현이 바로 다음 차례로 등장했다.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은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주택의 다음 무대라 내내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그 역시 실력자였다. 예술의 전당 및 독일 무대를 경험한 성악가인 것. 그는 독일 작곡가 슈만 가곡집의 수록곡을 선택해 흡인력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김문정은 “김동현씨 같은 분이 베이스를 맡아주면 윗 세 성부가 어떤 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베이스 트럼본이 뻑뻑대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혜수의 심사차례였다. 자신의 독창회에서 해당 곡을 부르기도 했던 손혜수는 “시즌1에서 독일어를 한 번도 못 들었는데 지금 들으니 정감 있다. 좋은 소리를 가지고 표현도 잘 해줬다”고 훈훈하게 평했다.
마지막 무대가 하이라이트였다. 앞서 전공자들이 수준급의 무대를 선보여준 것과 비교해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비전공자가 등장했다. 부산에서 온 화학회사 연구원 강형호였다. 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대표곡인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불렀다. 남자와 여자의 음역대를 모두 넘나드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무대였다.
김문정은 “선곡을 보고 설마 했는데 잘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윤상이 “저렇게 못하는 파트가 없으면 뭘 주파트로 가야하나”고 칭찬 섞인 걱정을 했고, 윤종신은 “앞의 두 분은 이런 것을 못한다”며 “중간 중간 거쳐 가는 음정까지 정확하게 냈다. 강형호씨 데려가는 4인조는 써먹을 데가 많을 거다”라고 만족스러운 평을 내놨다.
시즌1과 비교할 때 편집에서의 큰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만큼 방송적인 장치보다는 참가자 개개인의 사연과 실력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마이클 리가 “시즌1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참가자 32명이 모두 바뀌었다는 거다”라고 말한 것이 정답이었다. 시즌1보다 더욱 다양하고 강력해진 참가자들이 ‘팬텀싱어’의 매력이었다.
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가리지 않는 참가자들의 활약이 앞으로의 방송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3조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베일을 벗지 않은 상태임에도 유력 합격자 후보가 벌써 셋이나 탄생했다. 2회 예고편에서 잠깐 비춰준 남은 참가자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었다. ‘팬텀싱어’ 사상 첫 전원 합격 사태를 기대해볼 수도 있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여러 날을 고민하고 준비해서 혼자 부르는 예심 무대는 사실 제작진과 프로듀서의 관여가 가장 적은 편이다. 그런 만큼 편집도 단조로운 편이었다. 경연 조와 순서에서 해외파 실력자를 앞뒤로 배치하고 바로 뒤에 비전공자를 등장하게 하는 등 약간의 드라마틱함을 의도한 것을 제외하면 평이한 연출로 보였다.
그러나 ‘팬텀싱어’의 목표는 남성 4중창을 만드는 것. 앞으로 참가자들이 누구와 팀을 이뤄 어떤 노래를 부르냐가 이들에 합격과 불합격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바다가 시즌1과 비교해 룰에서도 변화를 꾀했다고 밝힌 만큼, 단순히 참가자들의 역량에만 기대지 않고 이들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공정하면서도 색다른 장치들을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