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연일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255만원을 넘었던 주가는 외국인 집중 매도에 한 달도 되지 않아 220만원선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향후 본격적인 조정기에도 삼성전자 등 IT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79%(6만 4,000원) 떨어진 223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전일 230만원선이 무너진 데 이어 하루 만에 220만원선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256만원과 비교했을 때는 16거래일 만에 주가가 12.85%(32만 9,000원) 떨어졌다. 삼성전자 시가총액도 11일 기준 289조5,135억원을 기록해 이 기간 30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북한 리스크에 외국인투자가들이 국내 증시 비중을 빠른 속도로 줄이면서 삼성전자를 대거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13조5,151억원을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9거래일 만에 9,039억원을 팔아치우며 매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리스크 확산과 함께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 속도가 빨라진 만큼 외교관계에서 특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에 대한 순매도는 다음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시장전문가들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에 불을 붙였다며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IT 업종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전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등 IT 종목의 주가가 많이 빠지는 것은 그동안 많이 오른 만큼 차익실현 욕구가 집중되는 것”이라며 “코스피 조정 국면에서 IT 업종 하락세는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000660) 주가도 이달 들어 약 7% 빠졌다. 이 센터장은 “실적이나 펀더멘털 측면에서 삼성전자 등 IT 업종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정 기간이 끝나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의 지속적인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3·4분기 개선된 실적을 발표하면 다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민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이 매출액 63조1,310억원, 영업이익 14조563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2·4분기보다 더 좋아진 것이다. 이 연구원은 “실적 개선, 자사주 소각 이슈로 삼성전자의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